국산 기술로 공룡기업 오라클에 강력 도전메인 메모리 틈새 공략·하이브리드 전략 등 이용 7년동안 꾸준한 성장KT 공급권도 따내… 세계적 SW없는 'IT강국' 한국의 숨은 기대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시에있는 오라클 본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ataBase Management System)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줄여서 흔히 데이터베이스, 또는 디비(DB)라고 부른다. 데이터가 저장되는 곳, 또는 모여있는 데이터 덩어리를 디비라고 한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고 수정하고 하는 작업들을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이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는 정말 중요한 소프트웨어다.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를 저장해 관리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은 없다. 따라서 정보화 사회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중요한 만큼 시장도 크다. 세계 DBMS 시장은 2006년에 약 164억달러 규모였다. 우리 돈으로 약 16조원쯤된다.

이 시장의 약 44%를 미국의 오라클(Oracle)이라는 회사가 점유하고 있다. 그 뒤를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라클은 DBMS 시장의 독주를 기반으로 마이크로스프트에 이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DBMS는 소프트웨어로는 굉장히 크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고도의 제품이다. 이 때문에 오라클이나 IBM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나 만들고 팔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 DBMS 시장도 오라클이 독주를 하고 있고 IBM, 마이크로소프트가 뒤따르고 있다. 세계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오라클의 시장 점유율이 세계 시장 점유율보다 더 높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DBMS가 중요한 이유는 운영체계(OS)와 함께 양대 플랫폼 소프트웨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란 ‘소프트웨어의 소프트웨어’란 뜻이다. 세계 어떤 소프트웨어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계에 맞춰서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듯이, 소프트웨어의 대부같은 위치에 있다.

표준을 좌우하고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장착되는 하드웨어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세계 IT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DBMS 시장에서 국산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같은 기업들과 한판 경쟁을 벌이겠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알티베이스라는 회사다.

박정원 KT 구매전략실 상무(왼쪽)와 김동일 알티베이스 전무가 4일 KT MMDBMS 통합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에 사인을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알티베이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장악한 DBMS 시장에 국산 기술로 도전장을 던졌다는 것. 둘째, 단순히 도전장만 던진 것이 아니라, 꾸준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알티베이스(www.altibase.com)는 2000년에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DBMS 가운데서도 메인메모리 DBMS(MMDBMS)로 시장에 등장했다.

DBMS도 기술적으로 몇 개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알티베이스가 처음 진출한 시장은 오라클이나 IBM 등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메인메모리 DBMS 시장이었다. 거인들의 관심밖이었던 틈새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진출했던 것이다. 틈새 전략은 성공했고, 국내 메인메모리 DBMS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알티베이스는 메인메모리 DBMS 시장에 머물지 않고 오라클이 버티고 있는 관계형 DBMS 시장에도 발을 디뎠다. 메인메모리 DBMS 시장의 성공을 발판삼아 DBMS 시장의 본류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것이 지난 2005년이었다. 오라클에 정면승부를 거는 방식은 피했다.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메인메모리 DBMS와 오라클이 장악하고 있는 하드디스크 기반 DBMS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DBMS라는 전혀 새로운 컨셉으로 접근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전략을 기반으로 알티베이스는 연착륙에 성공했고 명실공히 국내 4대 DBMS 공급업체라는 자리에 올랐다. 물론 상위 업체와의 차이가 많이 벌어진 4위지만, DBMS라는 어려운 시장에서의 선전은 분명 주목할 일이다.

지난 4일 알티베이스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또 하나 올렸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의 메인메모리 DBMS 공급권을 따낸 것이다.

KT는 IT 자원 도입의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사업부별로 별도로 발주하던 것을 통합구매로 전환하면서 소프트웨어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통합구매 품목으로 메인메모리 DBMS를 선정했고, 그 제품공급자로 알티베이스를 선택한 것이다.

알티베이스는 앞으로 1년간 KT가 약속한 물량은 보장받게 됐다. KT에 독점공급권을 따낸 셈이다. 뒤늦게 전문업체를 인수하고 메인메모리 DBMS 시장에 뛰어든 DBMS의 강자 오라클과 경쟁을 통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승전보다.

MMDBMS는 디스크 기반의 관계형DBMS와는 달리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어오기 때문에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장비나 증권사의 홈트레이딩 시스템 등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이 분야의 시장을 일찌감치 장악해온 알티베이스의 차별화 전략이 일궈낸 또 하나의 대표적인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알티베이스의 성공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품 차별화 전략이 무엇인지, 거대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의 접근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찾아 첫발을 디디고, 그 시장에 전력을 쏟아 전문성을 쌓으면서 브랜드를 강화했다. 이후 거대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할 때도 기존에 쌓아놓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수립했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아직은 갈길이 더 멀다. 오라클의 아성이 워낙 굳건하고, 오라클 외에 IBM, 마이크로소프트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100명이 채 안되는 규모로 지사 인력만 1천명 가까이 되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벅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알티베이스의 도전은 더 주목할 만 하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소프트웨어 기업 하나 없는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알티베이스 같은 ‘기대주’마저 없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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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