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생산지표 상승등 내수경기 바닥권 탈출 조짐잘나가는 수출과 동행 관심

여러 가지 대외 변수가 등장하고 있지만 수출은 여전히 견조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와 수출경기가 마침내 재회하는가.

2000년대 들어 우리 경제에 새롭게 나타난 특징적 현상 중 하나가 내수와 수출경기의 단절이었다. 철강, 조선, 정보기술(IT) 등 대표적 수출업종은 수년 동안 지속적인 호조를 보인 데 반해 서비스업을 위주로 한 내수업종은 좀체 바닥세를 탈출하지 못했다. 고도성장기의 공식이었던 ‘수출-내수 쌍끌이’ 고리가 끊어졌던 것.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IT거품 붕괴, 카드대란, 집값 급등 등 대형 악재가 잇달아 덮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를 부른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경기상승 국면에서도 내수경기는 번번이 살아날 듯하다가 곧바로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내수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재래시장과 택시업계에서는 수년째 아예 경기가 실종된 상태였다.

이런 터에 요즘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경기 지표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경기확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무엇보다 반갑다. 그런데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엮어보면 또다른 청신호도 읽을 수 있어 주목된다. 바로 내수경기의 부활 조짐이다.

지난 8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 증가해 높은 신장률을 나타냈다. 6월에 비해서도 0.7% 증가해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체감경기를 크게 반영하는 도ㆍ소매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의 높은 생산 증가율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주식시장 활황으로 금융 및 보험업 생산이 22% 증가했고, 오락ㆍ문화ㆍ운동 관련 서비스업 생산도 15.1% 늘어났다. 또한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운수업 생산도 10.4%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부동산 및 임대업도 7.4% 늘어났다.

주목할 대목은 9.8%의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이 무려 4년9개월 만의 최고치라는 점이다. 특히 서비스업은 대표적 내수업종이라는 점에서 이 지표는 향후 내수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내수경기 진작의 견인차인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심리도 매우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통계청이 얼마 전 발표한 ‘8월 소비자 전망조사’에 담긴 신호다.

이에 따르면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103.0으로 7월의 102.6보다 상승했다. 이는 2006년 3월의 103.4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내수경기가 뚜렷하게 상승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추석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찾은 고객들

소비자기대지수가 100 이상이면 6개월 뒤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며, 반대로 100 이하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0을 넘어서면서 경기 전망을 밝게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입증했다.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지수 역시 7월의 106.1보다 0.4 상승한 106.5로 나타난 점도 긍정적이다.

소비자기대지수는 2006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12개월 동안 100 아래에 머물렀으나 지난 4월 이후로는 5개월 연속 100을 웃돌고 있어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낙관적 기조를 형성해 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중에서도 소비가 매우 왕성한 30, 40대 계층의 기대지수가 높게 나타나 이들이 주머니를 열 태세를 갖춘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7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내수경기에 긍정적인 지표들을 적잖이 읽을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내수용 생산자 제품 출하량은 자동차, 영상음향통신, 반도체 및 부품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6%나 증가했다. 지난 5월과 6월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5%대 아래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상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내수용 제품 출하량의 증가는 당연히 소비재 판매액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소비재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나 증가했으며 5월과 6월에 비해 증가 폭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통계청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의약품, 서적 및 문구 등 비내구재 판매가 동시에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수출경기도 최근 더욱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수출용 생산자 제품 출하량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7.4%나 상승했다. 최근 수 년 사이 증가율이 10%대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월의 높은 증가율은 크게 주목된다는 평가다.

아울러 내수와 수출경기가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라는 지적이다. 수출경기와 따로 놀던 내수경기가 예전처럼 동조화(同調化)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내수 부활 조짐을 조심스레 확신하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발표한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 호조 속에 소비와 투자 등 내수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내수와 수출의 동시 호조세가 앞으로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데다 주택건설 시장의 침체도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미국과 선진국 경제의 둔화 조짐, 국제 유가의 심상치 않은 오름세 등이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 때문에 수출경기가 꺾이게 되면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 내수경기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향후 경기 향배의 최대 변수로 대외적인 위험요인을 꼽는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경제가 수출과 내수의 동반 상승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대외 변수의 파급효과를 확인한 다음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