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우센터·스타타워 빌딩 등… 서울 경우 면적기준 9.4% 보유임대 수익·시세차익 높아 군침… 싱가포르투자청 압도적인 1위

지난 7월초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역 앞에 위치한 대우센터 빌딩이 세계적인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에 팔렸다. 매각 가격은 무려 9,600억원. 이 금액은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팔린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의 당시 매각 가격 9,300억원을 웃도는 국내 빌딩 매매 사상 최고가다.

1977년 지어진 대우센터 빌딩은 지상 23층, 연면적 13만2,500여㎡의 웅장한 규모를 뽐내며 한때 대우그룹의 심장부이자 한국경제 발전의 상징물 구실을 해왔던 역사성을 지닌 건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빌딩 소유주인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재원 확보 차원에서 매각함으로써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비운을 맞게 됐다.

대우센터 빌딩에서 근무했던 옛 대우 직원은 “대우를 떠난 지도 벌써 8년 가까이 돼가지만 아직 마음 속에는 대우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며 “하지만 대우의 상징이었던 대우센터가 외국자본에 넘어가버려 그런 추억도 더욱 희미해질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외국자본의 서울지역 오피스빌딩 매입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구 스타타워 빌딩

강북 및 강남의 알짜배기 빌딩 상당수가 이미 그들의 손에 넘어갔다. 서울의 대표적 랜드마크 빌딩으로 꼽히는 대우센터와 옛 스타타워 매각 사례는 오피스빌딩 시장을 주무르는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부실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자체 보유한 빌딩을 헐값에 내놓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외국자본은 이때부터 론스타, 칼라일 등을 필두로 서서히 유입되기 시작해 이제는 오피스빌딩 시장을 좌우하는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부동산투자자문 업체인 알투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은 2007년 8월 현재 면적 기준으로 서울 오피스빌딩의 9.4%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셈법으로 보자면 서울 오피스빌딩 10채 가운데 1채가 외국인의 것인 셈이다. 외국자본의 오피스빌딩 보유 면적은 1999년 2.9%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자본이 주로 사들이는 빌딩은 대형 빌딩이다. 2004년 이후 외국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 숫자는 전체의 3.5%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면적 비율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게 그 증거다.

지역별로 보면 외국인들은 종로구와 중구 등 도심지역 빌딩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도심지역 보유 면적 비중은 전체 외국인 보유 면적의 48%에 이른다. 그 다음이 강남지역(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으로 33%를 기록했고, 마포ㆍ여의도지역 13%, 기타지역 6% 순으로 나타났다.

SK 서린동 사옥

그렇다면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강자는 누구일까.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투자청, 도이체방크, 모건스탠리, 알리안츠, GE 등이 보유 면적이 많은 대표적 외국자본들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싱가포르투자청이 47만5,40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모건스탠리(16만8,700㎡), 도이체방크(13만1,700㎡), 알리안츠(6만4,400㎡), GE(6만500㎡) 등도 만만찮은 보유 면적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투자청은 2004년에 비해 거의 4배 가량 보유 면적이 늘어나 단연 눈길을 끈다.

이처럼 외국자본이 서울 오피스빌딩 ‘쇼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여러 모로 투자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대 수요가 넘쳐 난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현재 서울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사무실이 비어 있는 비율)은 1%대로 세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공실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사무실을 찾는 수요가 많아 높은 임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오피스빌딩의 임대 수익률은 5~8%에 이른다.

단기간 보유했다가 되팔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외국자본이 서울 오피스빌딩에 군침을 흘리는 큰 이유다. 서울지역은 수 년째 신규 오피스빌딩 공급 부족으로 전체 오피스빌딩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서울지역 대형 오피스빌딩의 매매 가격은 지난 연말 대비 평균 10%나 뛰어올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불과 몇 년 만에 2배 이상 가격이 폭등한 빌딩도 드물지 않다.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의 경우 2001년 478억원에 골드만삭스에 팔렸다가 3년 뒤 720억원에 맥쿼리에 넘어갔으며 올해는 다시 1,120억원에 도이체방크에 매각됐다. 6년 만에 2배를 훌쩍 웃도는 몸값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구 대우빌딩

업계에서는 서울 오피스빌딩의 투자가치가 급상승함에 따라 외국자본의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자본조달 금리가 비교적 낮은 유럽계 자본의 움직임이 최근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외국자본이 오피스빌딩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것을 구경만 해오던 국내자본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 코람코자산신탁 등의 투자 행보가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알투코리아 시장분석팀 김태호 팀장은 “최근 오피스빌딩의 투자 메리트를 알아챈 국내자본의 투자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외국자본과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 상태에서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의 오피스빌딩 매입 경쟁이 지나치게 가열되면 가격 폭등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실수요자만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주요 외국자본 서울 오피스빌딩 소유 현황

▲싱가포르투자청(싱가포르)= 서울파이낸스센터(중구) 강남파이낸스센터(강남구) 무교현대빌딩(중구) 코오롱빌딩(중구) 프라임타워(중구) 등

▲GE(미국)= 강남메트로빌딩(서초구) 호혜빌딩(서초구) 삼성생명 시흥동빌딩(금천구) 한화시그마타워(송파구) 대흥빌딩(영등포구) 등

▲알리안츠(독일)= 알리안츠제일생명빌딩(영등포구) 제일생명빌딩(종로구) 저동빌딩(중구) 제일생명 서소문사옥(중구) 등

▲모건스탠리(미국)= 대우센터빌딩(중구) 한국전자빌딩(서초구) 등

▲메릴린치(미국)= 대원빌딩(중구) SK서린동빌딩(종로구) 등

▲도이체방크(독일)= 삼성생명 삼성동빌딩(강남구) 삼성생명 여의도빌딩(영등포구) 삼성생명 충무로빌딩(중구) 대우증권빌딩(영등포구) 동양증권빌딩(영등포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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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