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주요 포털들 물량공세… 사용자들 '뭘 고를까' 행복한 고민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꼽으라면 ‘검색’과 함께 단연 ‘이메일’이다.

명함에 자신의 이메일 주소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휴대전화와 함께 이메일은 일상 커뮤니케이션의 양대 축이 돼 버렸다. 휴대전화는 이메일도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인터넷전화로 전화를 걸 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렇듯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돼 버린 이메일은 사용료가 없다는 게 또 매력적이다. 무료 서비스라는 점이 이메일 확산의 배경이기도 하다. 웬만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대부분 무료로 이메일 계정을 제공한다.

너무 많아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할 정도다. 하지만 한번 사용한 이메일은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 오래 쓰면 쓸수록 더 그렇다. 전화번호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이 때문에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 이메일은 중요하다. 쉽사리 떠나지 않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다음이 국내 주요 포털로 성장한 배경이 바로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www.hanmail.net)을 일찌감치 내놓고 메일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 덕분이었다. ‘검색황제’ 구글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서비스도 ‘지메일’(www.gmail.com)이다.

최근들어 국내외 주요 포털들이 이메일 서비스의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메일 서비스 경쟁의 가장 두드러진 격전 포인트는 용량이다. 구글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첫 출발점은 ‘검색’이었지만, 검색으로 확보한 유명세를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준 것은 바로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이었다.

지메일은 웹2.0 기술로 꼽히는 ‘아작스(AJAX)’를 도입하고, 추천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추천 마케팅을 통해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무료로 제공하는 메일 용량이 2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100메가바이트(MB) 수준이었던 당시 다른 포털들의 서비스 용량과 비교하면 20배에 이르는 엄청난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나선 것이고,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용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2GB는 엄청난 용량이다. 1000만 화소짜리 사진 한 장이 보통 3메가바이트(MB) 정도되니까, 2GB 용량이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약 700장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같은 파격적인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구글의 지메일은 무한질주를 할 수 있었다.

구글에 맞선 다른 포털들의 움직임도 핵심 포인트는 용량 확대에 있다. 소프트웨어 황제에서 인터넷 황제의 자리도 노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MSN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 ‘핫메일'(www.hotmail.com)의 용량을 5GB로 상향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핫메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또 다른 서비스 ‘MSN 메신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청을 해서 썼지만, 워낙 적은 용량에 기능도 두드러진 것이 없어서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윈도우 라이브’ 전략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인터넷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는 핫메일 용량을 대폭 늘리는 것으로 신호탄으로 쏘았다.

구글의 2GB에 맞서 2배가 넘는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나아가 웹창고(웹스토리지) 서비스인 ‘윈도우 라이브 스카이드라이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용량도 이달들어 500MB에서 1GB로 확대했다.

윈도우 라이브 스카이드라이브는 우리가 흔히 ‘웹하드’라고 부르는 웹저장 서비스다. 인터넷으로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무료 공간을 1GB로 확대한 것이다.

참고로 현재 국내 대표적인 서비스인 데이콤의 웹하드(www.webhard.co.kr)의 경우 800MB의 저장용량을 제공하는데 월 1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같은 물량공세를 기반으로 PC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피스’와의 연동을 통해 구글의 입지를 흔들겠다는 심산이다.

야후의 반격은 더 놀랍다. “오랫동안 야후! 메일을 이용해 오셨다구요? 쌓여가는 메일들을 계속 보존하고 싶으시죠? 야후! 메일은 용량 제한이 없습니다. 평생 메일 야후! 메일입니다!” 야후가 내세운 모토다. 아예 용량 제한을 없애버린 것이다. 무제한 이메일 용량 제공이다.

야후는 마우스로 메일을 끌어다 놓을 수 있는 이른바 드롭앤드롭 기능도 제공하고 스케줄 관리를 위한 스케줄 바도 메일박스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부가기능도 개선했다. 구글 등 경쟁자들에 맞선 초강수 전략인 셈이다.

파란이 1GB, 엠파스가 2GB의 용량을 제공하며 이미 GB 진영에 들어선 국내 포털들도 이메일 서비스의 기능개선과 함께 용량확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다음이다.

국내 이메일서비스의 대표주자인 다음도 지난 6월 ‘무제한’ 용량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야후와 같은 무제한 전략이다. 다만, 다음의 무제한 용량 제공은 몇 가지 부가 서비스를 추가해 1년에 1만9,900원을 내야 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이메일 서비스 업체들의 무한경쟁은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확산되는 등 관리해야 할 디지털 파일의 크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메일 용량 확대는 바라던 바였기 때문이다. 물론 용량이 크다는 것 만으로 이메일 서비스를 쉽게 바꾸지는 않겠지만, 포털들은 단순히 용량 확대뿐 아니라 부가서비스 개선 경쟁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이래저래 행복한 고민에 빠진 셈이다.

그럼, 무제한 용량을 제공하는 포털들은 그 엄청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일까. 사용자들이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포털들도 기업인 만큼 얻는 것 없이 퍼붓지는 않는다. 노림수는 광고다.

용량 확대 및 서비스 개선을 통해 충성도 높은 이메일 회원을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광고수익 확대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이 앞서 보여준 실증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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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