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원자재값급등이 소비심리 호전에 악영향… 달러 가치 하락세·중국경제 과열 우려도 부작용

호사다마인가?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심리도 밝아지고 있고, 기업들의 향후 BSI 전망치도 호전되고 있는데다 소비도 늘어나는 등 국내 경기가 기지개를 펴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려는 양상인데, 해외에서 몰아 닥치는 역풍이 거세다.

그래서 이러다가 자칫 해외 악재의 영향으로 모처럼 시작된 경기 회복세가 고개를 숙이지나 않을지 우려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해외 악재의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100 포인트 가량 추락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물론 주가는 항시 오를 수도 있고 또 내릴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이면에는 그동안 주가가 꾸준하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주가가 상승한 덕택으로 미래를 낙관하게 된 소비자들의 심리가 호전되고, 그 결과 이들이 소비를 늘리면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던 터. 그러므로 거꾸로 주식시장이 현 수준에서 혹시 크게 흔들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클 것이다. 주가 하락을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재차 넘기자마자 다시 크게 흔들린 데에는 역시 해외 요인이 차지하는 바가 크다.

뉴욕 선물거래소의 원유 거래인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기업의 실적을 압박하고 있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거기에다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하여 중국의 고도 성장세가 멈추고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관측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은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을 옥죄고 있는 요인으로 선뜻 해결되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을 불안하게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여하간 갑자기 온갖 해외 요인이 악화되면서 국내 경기를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주가는 경제의 바로미터이다.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향후 전망이 밝으면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는 법이고, 반대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면 주가는 쉽사리 상승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 주가가 2,000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뒷걸음친 것은 역시 향후 경기에 대하여 주식시장의 참가자들이 전체적으로 불안감을 드러내었기 때문일 터.

첫째로, 국제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불안감을 가중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국제 유가는 온갖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속적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유가는 최근에 일시적이나마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기도 하는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제는 배럴당 100달러라는 이야기가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어느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유가는 오르고 있지만 원유 시장에서 수급이 개선될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석유 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현저하게 더 늘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되레 공급이 차질을 보일 위험만 높아지고 있다. 터키가 쿠르드족 반군의 소탕을 위하여 이라크 북부로 진격할 경우, 중동 지역은 자칫 “화약고”가 될 운명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국내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진은 달러를 세고 있는 외환은행의 여직원.

거기에다 북반부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 계절적인 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 유가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가 10% 오르면 GDP 성장률은 0.2% 포인트 떨어지고, 유가가 1년 간 배럴당 90달러로 유지되면 소비자물가가 0.45% 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고유가의 충격은 강력하다.

또한 원유와 마찬가지로 수급 불안으로 비롯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우리 경제로서는 부담이다. 구리 가격은 어느새 두 배로 상승하였으며 아연, 알루미늄, 니켈 등의 비철금속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소맥, 옥수수 등의 곡물가격도 거의 두 배 이상의 폭등양상이다. 원유뿐만이 아니라 이같은 곡물이나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고스란히 수입물가 부담으로 작용하여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둘째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겉으로는 “강한 달러”의 정책을 견지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하여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의 환율을 평가 절상하는 방식으로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펴고 있다.

아울러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식의 영향으로 미국 내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FRB는 재빨리 달러 금리를 인하하였는데, 달러 금리의 인하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이는 결국 투자 수단으로서 달러화의 매력을 떨어트려 국제 시장에서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귀결되었다.

수출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우리 기업이 수출 대가로 받는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반가운 일은 결코 아니다.

물론 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통에 그나마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는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그동안 달러에 몰렸던 국제 금융자본이 이탈하여 원유, 금, 원자재 등 실물자산으로 쏠리고, 이는 결국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경제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이다.

셋째로, 과열논란을 부르고 있는 이웃나라 중국의 경제도 우려된다.

중국은 그동안 매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왔다. 그 과정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가가 폭발적으로 뛰어 올랐으며, 또한 물가가 크게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조절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도 올리는 등 긴축조치를 취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0% 이상의 고속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예컨대 당국의 잇단 경기 조절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 2ㆍ4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11.9%로 13년만의 최고기록을 나타낼 정도이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까지 중국의 고도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국내외 경제연구소나 기관들은 잇달아 중국에 대하여 “거품”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17일 국정감사에서 “중국의 자산버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주가 등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IMF도 최근 중국의 자산시장에서 거품이 터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에 자칫 중국에서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중국이 전반적인 경기부진으로 접어든다면, 그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해외 악재들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 비하여 정작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그다지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원유나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고 수입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며, 달러 가치가 내린다고 수출을 중단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 또한 하루아침에 낮출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대책도 없이 그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을 터. 지금이라도 최소한 “체질”을 더 튼튼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절로 비유한다면 어차피 겨울은 오게 되어 있지만,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몸을 튼튼히 해둔다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지금으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그런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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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