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산불현장.
지난 10월 21일 기록적인 피해를 불러온 대형 화재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인근 20여 곳에서 일어난 이번 화재로 인해 서울시의 세배나 되는 면적이 불길에 휩싸였고 70여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인명 피해와 함께 주택 2,000여 채가 소실되는 등 잠정 피해액만 16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대재난이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8월 국토의 절반 가량이 불에 타는 화마를 겪은 그리스의 사례도 있고 굳이 이런 해외 사례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도 매년 크고 작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산불은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울창한 산림과 바람을 타고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따르며 일단 어느 정도 불이 커지면 높은 온도와 유독한 연기 때문에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아 진화에도 애를 먹게 된다.

그래서 산불이 일어나면 초기 발견과 진화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까지 인력에 의존했던 이런 진화의 패턴에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 산불의 초기 대응에 인간 대신 활약할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의 마크데부르크-스텐달(Magdeburg-Stendal)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 중인 산불 대응 로봇 OLE가 그 주인공으로, OLE는 산불을 감시하고 산불 발생시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노래기와 같은 절지동물을 모티브로 한 인상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 OLE는 산악이나 들판에서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 여섯 개의 발이 달린 곤충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여섯 개의 발로 시간 당 10~20km의 속도로 이동하며 내장된 적외선과 바이오 센서를 통해 산불을 감시하다가 산불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보고를 하고 함께 내장한 소화액을 이용해 진화를 시작한다.

특히 순식간에 고온으로 변하는 화재 발생 지역의 특성에 맞게 불길에 감싸인다거나 하는 위험 상황이 되면 흡사 쥐며느리처럼 몸을 말아 불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최대 1,300도 정도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개발팀에 따르면 OLE 30대면 독일 남부에 펼쳐진 7,000km²에 이르는 넓은 산림 지대의 감시가 가능하다. 작은 불의 발견부터 대형 산불로 커질 수 있는 화재의 예방까지 OLE가 지금의 계획대로 완성된다면 그 활약이 대단할 것 같다.

독일에서 먼저 선보일 OLE가 개발팀의 생각대로 훌륭하게 방재 업무를 수행하는 게 확인된다면 매년 크고 작은 산불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방재 도구가 갖춰져 있더라도 화재에 대한 안전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불과 같은 화재는 반복될 뿐이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산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는 요즘 불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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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균 라디오키즈@LifeLog 운영자 http://www.neoearl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