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연초대비 3% 하락… 미·일 금리차와 비교하면 수익률 크게 떨어져투자자산 급격한 매각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은 세계경제 대혼란 가능성

최근 우리나라 원화의 달러 환율은 IMF 금융위기를 겪은 후 처음으로 900원선을 무너뜨렸다. 물론 그 이후 다시 900원 위로 반등하기는 하였으나 원화의 가치가 이처럼 강세를 보인 것은 10여 년만의 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달러 값 때문이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연일 추락하고 있고 그것이 고스란히 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던 것.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되기 위하여서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안정되는 일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러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겉으로는 ‘스트롱 달러 정책’, 즉 달러가 강세가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달러의 약세를 방임하고 있다. 그리고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달러화의 약세 기조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고 있다.

달러화가 약세가 되면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 선진 7개국은 자국의 통화가 달러에 대하여 평가 절상되고, 이로 말미암아 대미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달리 방안이 없다.

왜냐하면 미국의 국제수지가 큰 폭으로 적자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강세가 된다면 가뜩이나 수출에 비하여 수입이 많아서 적자 투성이인 미국의 국제수지는 더욱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거기에다 달러의 금리가 앞으로도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달러 약세의 이유가 된다. 이제까지는 그나마 금리가 꾸준하게 인상되었기에 달러는 투자처로서 매력이 있었고, 그 결과 수요가 몰리면서 그럭저럭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미국의 중앙은행이 달러의 정책금리를 시장의 예상보다 많은 0.50% 포인트나 인하하면서 상황은 급변하였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금융시장이 경색될 위기에 처하자 중앙은행으로서는 재빨리 조치를 취한 셈이나, 이로 말미암아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으니 투자처로서의 달러가 가지는 매력은 훼손되었던 터.

그 이후 달러의 가치는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서브 프라임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의 경색은 도무지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 추가적인 달러 금리 인하도 예상되고 있다. 금리가 올라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금리가 또 인하될 전망이라면 달러의 가치가 당분간 오를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달러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달러의 구매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미국의 인플레가 악화될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로서는 국제수지 적자폭은 나날이 커지는데다 국내 경기가 속 시원하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에 수출로나마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뚫어야 할 입장이다. 결국 미국 당국은 어느 정도 인플레가 나타나더라도 달러화의 가치를 낮추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달러화가 오를 가능성이 낮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는 당분간 달러에 대하여 강세 기조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나타내고, 원화의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을 주된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의 주된 수출시장인지라 더더욱 달러의 약세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터.

그런데 사실은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일이 숨어 있다. 엔 캐리 트레이딩 문제이다.

만일 지금과 같은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아예 장기적으로 고착화된다면 그동안 상환이 미루어져 왔던 엔 캐리 트레이딩 자금이 대거 상환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에는 세계 금융시장에 또 한 번의 한파가 몰아 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서브 프라임 부실 문제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는 꼴이다.

올해 들어서 달러의 가치는 꾸준하게 하락세를 이어왔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출하기 위하여 고안된 달러화 인덱스를 활용할 경우, 달러화의 가치는 올 1월 이후 지금까지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라운 등의 6개 통화를 거래량으로 가중한 달러 인덱스는 올해 1월에는 85.58 수준이었으나 11월초에는 76.32까지 밀리면서 그동안 10.8%의 하락률을 기록하였다.

개별통화로 본다면 달러는 유로화에 대하여서는 8.8% 하락하였다.

그리고 엔화에 대하여서 달러는 연초대비 3% 정도의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현재 달러와 엔화의 금리 차이가 4.0%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3% 정도의 달러 하락률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하는 투자자의 입장으로서는 거의 한계에 온 상황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이를 이자율이 높은 통화에 투자하는 대신에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감수하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엔화를 빌려 달러에 투자해 놓은 투자자의 경우는 금리 차익은 4%가 났으나, 투자한 달러의 가치가 엔화에 대하여 3% 하락하였으니 겨우 1% 언저리의 수익만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달러 금리는 앞으로 더 하락할 여지가 많은 반면에 엔화의 금리는 현재의 0.50% 수준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11월초의 연설에서 “적절한 시기에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더욱 더 감소할 처지이다.

최근 굴지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로 인하여 110억 달러에 달하는 대손상각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투자은행들은 앞으로 그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이유로 씨티은행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하였고, 이로 인하여 재차 서브 프라임 부실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올해 들어서만 두 배 이상 뛴 중국 증시를 겨냥하여, “자산거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언하여 중국의 주가가 그 발언 한마디로 인하여 폭락하는 사태를 낳았다. 이제는 중국 정부로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엔 캐리를 이용하여 달러에 투자하거나 혹은 각 국의 증시에 투자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엔화 금리는 오를 공산이 높은데다 증시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면 굳이 엔 캐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투자해놓은 자산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엔화 대출을 상환할 터.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자해둔 자산을 매각할 때 자산가격이 하락할 위험이 대단히 높다. 다행히 우리 증시에는 엔 캐리 트레이딩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세계 증시가 엔 캐리 트레이딩의 청산으로 흔들린다면 우리 증시라고 하여 마냥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아직까지 주가의 상승추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많다. 그리고 주식형 펀드로 꾸준히 몰리는 증시 주변의 자금으로 미루어보더라도 섣불리 비관론을 펼칠 때는 아닐 터이다. 다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엔 캐리 청산 등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하는 일은 항상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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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