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버는 세상'에선 밑천이 기본… 일정액 목표로 꾸준하고 합리적인 저축을

유비가 조조에게 쫓겨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다. 신야라는 작은 고을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던 터에 유표와 술자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유비는 눈물을 보인다.

유표가 연유를 묻자 유비는 “평생을 전장터에서 살아왔으나 이제 말에서 내려 한가로이 시간만 보내는 터라 허벅지에 오른 살집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라고 답하며 소매로 눈물을 닦는다.

이에 유표가 위로하며 말한다. “천하의 조조도 공에게는 한 수 접는데 어찌 대업을 이루지 못할까 걱정이오.” 그러자 유비가 냉큼 말을 받았다. “사실 저에게 기본만 있다면 천하의 별 볼일 없는 무리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

‘비육지탄(髀肉之嘆)’이란 말의 출처다. 허벅지에 살이 오를 정도로 전장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장수로서 매우 한탄스러운 일일 것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재능을 발휘할 때를 얻지 못하여 헛되이 세월만 보내는 것을 한탄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유비가 이처럼 탄식할 당시는 아직 공명과 만나지 못했을 때다. 따르는 무리라고 해봐야 관우, 장비, 조자룡과 문신들 몇 명뿐이었다. 장수와 병사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로드맵을 그려줄 참모 한 명 없는 일개 ‘잠룡’에 불과한 신세였다. 그가 기업의 최초 기틀을 갖추게 되는 것은 적벽대전 이후다.

수많은 재무설계 강의를 통해서, 그리고 개별 상담 중에 흔히 듣는 말이 바로 유비의 한탄이다. “3년 전에만 이런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정말 와 닿는 이야기인데 저는 종자돈이 없군요.” “뭘 하려 해도 매달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 그림의 떡이군요.”

이런 말들의 공통점은 바로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종자돈’이 없음에 대한 한탄이다. 유비식으로 표현하자면 ‘기본’이 없다는 것이다.

종자돈의 위력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1,000만 원이 1억 원이 되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25.89%의 연 복리 수익률이 필요하지만 1억 원이 2억 원이 되는 데는 7.17%의 연 복리 수익률이면 된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자산을 10배로 늘리는 것이 2배로 늘리는 것보다 당연히 어려운 일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재미있지 않은가? 자산 9,000만 원 늘리는 것보다 1억 원 늘리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사실이. 10년이 너무 길다면 1억 원을 5년 동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 연 복리 수익률이 15%(만만치 않은 수치지만)라면 지금 필요한 종자돈은 약 4,970만원 정도다.

1억 원 만들기는 수익률과 종자돈의 규모, 그리고 투자기간이라는 변수에 따라 천차만별로 수치화될 수 있다. 만약 5년 후 1억 원의 종자돈이 마련되고 그로부터 5년 동안 연 수익률 10%(덩치가 커지면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므로 목표수익률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가 달성된다면 약 1억6,100만 원 정도가 통장에 찍힐 것이다.

1억6,100만 원에 대한 수익률 1%는 161만원이며 이는 웬만한 신입사원의 월 급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월 100만 원씩 3년 만기 정기적금의 이율 4%와 5%의 차이가 불과 55만원인 것과는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종자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소액을 일시에 부풀릴 만한 묘안이 없는 만큼(있다 한들 이는 투기에 가깝다) 월 소득에서 꾸준하게 모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데 이를 위해서는 지출의 통제와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 익숙해진 지출을 통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축이나 투자를 다음 달, 혹은 다음 보너스 달로 미루는 자기합리화의 구실이기도 하다. 허나 안타깝게도 모든 재테크의 시작은 여기가 출발점이니 어쩌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엄격한 규제가 없을 때는 내 돈 한푼 안 들이고 부동산 투자(사실은 투기에 가깝지만)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종자돈 없이 가능한 재테크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비는 자신의 ‘기본’을 갖추기까지 천신만고의 고통을 겪었다. 공명을 위한 삼고초려는 수 차례의 죽을 고비에 비하면 오히려 편안한 산책에 불과했다. 공명을 얻고 적벽대전 후 형주를 차지함으로써 그는 비로소 ‘기본’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형주라는 기본이 없었던들 촉한의 황제 자리는 요원한 일이었을 것이다.

만약 5,000만 원이라는 금액이 부담스럽다면 3년 동안 3,000만 원 만들기라도 도전해 보자. 지금 1,000만 원이 있다면 당신은 매월 약 40만원씩 투자하면 된다(연 수익률 10%시). 기간과 금액, 수익률이 현실성 없는 수치들인가? 펀드 투자시 본인의 위험성향에 따라 수익률과 투자기간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이는 다음 회에 상술하겠다)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은가?

문제는 시작과 꾸준함이다. 우리의 주인공 B과장의 3년 전 모습을 떠올려 보자. 신혼 초부터 예금, 적금 등으로 모은 2,000만 원 중 1,500만 원은 자동차 교체비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이 500만 원. 아껴서 모으는 것에 대해 약간의 허탈함도 들고 담보대출 상환 중에 세후 4% 수준의 적금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지금의 ‘한현명’ FP(금융자산관리사)와 상담을 하게 된다. 별첨 도표는 B과장의 수입 및 지출에 대한 월 현금 흐름이다.

지출에 대한 분석 결과 무리 없는 저축액으로 월 70만 원이 산출됐다. 지출 항목마다 조금씩 조정한 결과다. 이 중 50만 원은 적립식 펀드로, 20만원은 딸아이 교육자금 명목으로 변액보험에 투자하기로 했다.

요즘 그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4,000만 원을 종자돈으로 계속 굴려갈지 아니면 대출원금을 중도 상환할지가 그것이다. 만약 대출원금 상환을 하게 된다면 월 상환금액은 47만원 정도로 떨어지게 되고 그에게는 월 40만원의 추가 자금이 생긴다. 한현명 FP와 상의하면 황금률(투자냐 전액 상환이냐 일부 상환이냐 하는 문제는 종합적 분석이 선행돼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종자돈 4,000만원은 경우에 따라 큰 금액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B과장이 선순환의 첫 단추를 아주 잘 꿰었다는 것이다. 재원이 없다고 더 이상 한탄만 하지 말자. 각 지출 항목별로는 소소한 금액이지만 모이게 되면 적지 않은 재원이 된다. 실력과 신뢰를 겸비한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차이나 펀드의 오늘과 내일
기대수익 낮추고 분할매수… 장기투자는 여전히 장밋빛

“저기요, 지금 차이나 펀드 가입해도 될까요? 너무 많이 올랐다는데 지금 들어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펀드 투자에 대한 단기과열(모 운용사의 글로벌 펀드에 하루 6,000억 원이 유입되기도 했다)과 함께 특정지역 펀드(특히 차이나 펀드)로의 집중 현상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은행에서는 그 동안 집중적으로 판매해 오던 차이나 펀드에 대해 판매 자제를 공표할 정도다.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중국 본토인들의 홍콩시장 직접투자 유보를 표명하자 홍콩H지수(중국 기업들만 상장돼 있는 홍콩 주식시장)는 6%가 넘는 급락을 했다. 이는 최근 3년 동안 최대 낙폭이다.

대부분 차이나 펀드는 바로 이 홍콩H시장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해B시장과 심천B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 중국시장은 분명 과열이며 정부 당국은 중국경제의 연착륙을 위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조정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깊은 조정이 온다면 불안한 미국증시의 움직임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가? 지난 3년간 270%(유형평균 누적수익률)가 넘는 수익을 안겨준 황금시장을 이제 버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중국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매력적이다.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경제의 3대 축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향후 경제성장의 지속성에 대해서도 큰 이견은 없다.

단 위험 성향에 따라 혹은 자금 성격에 따라 비중 축소는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정액적립식보다는 임의식이나 자유적립식을 추천한다. 또한 시장 조정에 대비한 예비 투자재원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그러나 과거의 수익률은 이제 잊어야 한다. 기대수익을 낮춰 잡고 분할매수 전략을 적절히 구사한다면 아직 사랑을 정리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리고 그 사랑을 길게 할 준비를 하라.(예상 투자기간을 상대적으로 길게 잡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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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우 약력

법인대상 재테크 및 재무설계 강의/세미나

기업컨설팅전문업체 ㈜엑스퍼트 강사

FPSB지정교육기관 위드 FP 교수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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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 CFP (국제공인재무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