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데이콤 가정용 인터넷 단말기 출시로 대중화 선언… KT에 도전장인터넷 전화 값싸고 서비스 다양하지만 '070' 번호는 불편… 통화품질도 물음표KT "기존 유선전화 편리성 못 따라와" 결합상품 할인·선택요금제로 맞대응

‘앞으로는 집에서도 인터넷 전화가 대세다’(LG데이콤)

‘기존 집 전화의 편리성까지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KT)

인터넷 전화가 생활 속으로 본격 다가설 조짐을 보이면서 통신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컴퓨터 사용에 익숙한 얼리 어답터나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로 사용되던 인터넷 전화기가 최근 일반 가정의 집안 한 구석을 차지해 들어오면서 기존 유선통신회사들이 눈을 부릅 뜨고 있다.

인터넷 전화(VoiP)란 말 그대로 인터넷 회선을 이용하는 전화를 가리킨다. 직장이나 가정에 널리 보급된 초고속 통신망을 사용하는 것. 원래 인터넷을 하는데 쓰였지만 음성 전화선으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반면 기존에 집에서 사용하던 일반 전화는 구리선을 사용한다. 인터넷전화에 맞서 요즘은 ‘집 전화’라고 흔히 부른다.

인터넷 전화기 사업이 국내에서 날개를 단 것은 지난 여름 LG데이콤의 가정용 인터넷 전화 사업 참여에서부터다. LG데이콤은 지난 6월 가정용 인터넷 전화 브랜드인 ‘my LG070’을 출시하며 인터넷 전화기의 전면적인 대중화 기치를 들고 일어섰다.

특히 LG데이콤은 기존에 인터넷 전화기 사업을 이미 벌여오고 있던 별정통신 사업자들과는 달리 기간통신 사업자로는 국내 최초 사업자라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다.

단순히 기간통신 사업자들로부터 회선을 임대해 영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통신망을 가진 거대 사업자가 직접 사업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 종전에 사용하던 집 전화기를 놔두고 왜 인터넷 전화기를 쓸까? 이에 대해 LG데이콤은 ‘통화료가 매우 싸다’는 점을 우선 제시한다. LG데이콤 인터넷 전화 요금은 시내, 시외 구분 없이 3분당 38원. 이는 KT의 시내 전화 39원, 시외전화 261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나로텔레콤의 시내 39원, 시외 250원보다 역시 싼 가격. LG데이콤은 전국 단일 요금을 부과해 경쟁사에 비해 최고 85% 통화료가 싸다고 내세운다. 시외전화 이용량이 많은 고객에게는 더더욱 유리하다.

인터넷전화기에서 이동전화로 거는 요금도 11.7원(10초)으로 기존 집 전화 요금(14.5원)보다 낮다. 뿐만 아니라 ‘이동전화 할인 요금제’에 가입하면 7.25원으로 더욱 낮아진다. 국제전화도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주요 20개국에 분당 50원으로 걸 수 있다. LG데이콤 가입자 간에는 통화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부가적인 메리트이다.

기존 구리선이 아닌 인터넷 회선을 쓴다는 점 때문에 여러 데이터 정보 제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 될 수 있다. 구리선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초고속 대용량 통신망인만큼 데이터를 실어 나르며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어서다. 그래서 무선 콘텐츠 서비스나 문자메시지(SMS)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가능하다.

때문에 인터넷전화는 휴대폰 못지않은 부가서비스를 자랑한다. 발신자 확인 서비스(CID), SMS 외에도 TV리모컨 기능은 물론 날씨, 증권, 뉴스 정보 등을 즐길 수 있는 무선데이터서비스도 제공한다. 휴대전화의 무선데이터서비스와 달리 초고속인터넷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통화료도 전혀 없다.

‘myLG070’은 최근 홈쇼핑회사인 GSeshop과 제휴해 전화로 간단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SK텔링크도 향후 TV와 전화를 연동시키는 컨버전스 기능, 인터넷전화-모바일 연계서비스 등의 부가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인터넷 전화기가 이렇게 좋다면 LG데이콤은 왜 그동안 미루다가 이제서야 본격 사업에 나섰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인터넷을 위한 국내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이 사실상 최고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실 웬만한 집마다 인터넷이 안 되는 집이 없을 만큼 초고속 통신망은 이제 일상화 돼 있다. 국내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은 90% 이상. 현재는 100Mbps급 광랜이 가정용 인터넷에 널리 보급됐으며 인터넷전화 기술 뿐 아니라 단말 기술도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LG데이콤 입장에서는 현명하게도 인터넷 전화기 사업을 벌이기에 최고의 환경이 마련된 상태에서야 비로소 신규 사업에 뛰어든 셈이 된다.

하지만 인터넷 전화기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몇 가지 불편한 사항들이 수반돼 있어서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집 전화의 지역 번호 대신 070이라는 고유 식별번호를 사용한다.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해 온 집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또 번호가 060, 080 등과 비슷해 스팸번호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불리하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기업체에서는 070번호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가 보편화돼 있을 뿐 아니라 정통부와 사업자들의 홍보 활동이 강화되고 있어 인식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 070번호를 한 번 부여 받으면 어느 지역으로 이사를 하든지 평생 같은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인터넷 전화기는 한편으로 통화 품질에 대한 염려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다이얼 패드’ 등 벤처업체들의 인터넷전화기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소비자로서는 통화가 자주 끊어지거나 연결이 원활치 않고 소리 전달도 불안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데이콤은 인터넷 전화의 ‘통화 품질’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전화통화 품질을 측정할 때 보통 MOS(Mean Opinion Score)란 기준을 사용하는데 ‘myLG070’의 경우 실제로 대도시에서는 통화품질이 일반 전화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LG데이콤은 밝히고 있다.

MOS가 3.8~4.0에 근접하게 나와 KT 집전화(4.0이상)에 버금가며, 이동전화(3.6~3.9수준)와도 대등하다는 것.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인터넷전화의 품질 기준은 MOS 3.6 이상이다.

때문에 LG데이콤은 인터넷 전화기 사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까지 삼으며 전면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LG데이콤을 ‘먹여 살릴’ 대표 사업 중의 하나라는 인식에서다. 나아가 LG데이콤은 ‘유선전화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비전까지도 제시할 정도다.

또 내년 초로 예정돼 있는 번호 이동제가 시행되면 인터넷전화로 바꾸더라도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또한 LG데이콤에게는 ‘메가톤급’ 원군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인터넷 전화기 사용을 망설이던 일반인들이 대거 이동할 수도 있다는 기대에서다. 지난 10월까지 LG데이콤 인터넷 집전화 가입자 수가 13만여 명에 그쳐 아직은 KT 집전화 가입자 2,120여만 명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에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기존 유선 전화 시장의 절대강자인 KT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 번호이동성 제도가 실시됨에 따른 가정용 전화시장에서의 가입자 이탈이 예상된데 따른 것.

KT는 메가패스 중심의 결합상품 할인, 이미 출시계획을 발표한 선택요금제, 그리고 인터넷전화 대비 유선전화의 통화 품질 및 안정성에서의 우위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하드폰 소프트폰 vs 소프트폰' 인터넷 전화 서비스 무엇이 다른가
하 드 폰- 전용단말기 사용… 데이콤· SK텔링크·KCT진출
소프트폰- 가입비·기본료 없고 메신저 접속해 이용 가능

인터넷전화는 크게 '네이버폰'이나 '네이트온폰'처럼 PC에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아 헤드셋 등을 이용해 통화하는 소프트폰, 전용 인터넷전화 단말기를 사용하는 하드폰 서비스로 나뉜다.

하드폰의 경우 구리선 대신 인터넷 망을 이용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일반 유선전화와 똑같다. 하드폰은 PC를 켜지 않아도 쓸 수 있어 편리할 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소프트폰에 크게 뒤지지 않아 기존 집 전화의 대체재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데이콤, 삼성네트웍스, SK텔링크,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등의 사업자가 중심이 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LG데이콤은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무선 인터넷전화인 WiFi폰을 출시하고, 8월에는 기본료와 통화요금을 업계 최저로 낮추는 등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인터넷전화 시장을 공략해 왔다.

올해 6월에는 기간통신사업자 최초로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LG데이콤의 인터넷집전화 'myLG070'은 가정의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무선 인터넷전화기인 WiFi폰을 이용해 시내외전화, 국제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SK텔링크도 씨앤엠 등 MSO들과 손잡고 가정에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링크는 인터넷영상전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간의 영상전화는 물론 인터넷전화와 3G 휴대전화 간 영상전화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TV와 전화를 연동시키는 컨버전스 기능, 인터넷전화-모바일 연계서비스 등의 부가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 유선방송사(SO)들의 연합인 MSO가 중심이 된 한국케이블텔레콤(KCT)도 7월경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진출했다. 9월에는 MSO인 큐릭스가 KCT와 제휴해 '빅박스 070 인터넷전화'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네트웍스는 지난해 12월 영상전화기를 선보이는 등 200가지 이상의 부가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업 인터넷전화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후발주자인 온세통신 역시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10개국의 인터넷전화 국제통화요금을 1분당 39원으로 낮추는 등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폰 방식의 인터넷전화는 전 세계 어디서나 노트북만 있으면 접속해 통화할 수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이나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 유학생 커플에게 특히 유용하다.

소프트폰은 기존에 사용 중인 메신저에 접속, 클릭 한번에 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소프트폰의 장점은 별도의 단말기를 구입할 필요 없이 프로그램만 내려 받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것. 단,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폰은 PC를 켠 상태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가입비나 기본료는 없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소프트폰은 LG데이콤과 제휴한 네이버폰, SK텔링크의 네이트온폰 등이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층에 인기가 높은 버디버디까지 LG데이콤과 제휴해 인터넷전화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역시 내년 1월부터 LG데이콤과 제휴해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폰 가입자 80만, 네이트온폰 가입자 145만, 스카이프 가입자 100만에 더해 버디버디 메신저 가입자 500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가입자 600만 명이 추가로 인터넷전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소프트폰 업체들은 대부분 정액통화권, 사이버코인 충전 형태로 통화료를 선불로 받는다. '070' 인터넷전화 식별번호를 부여 받으면 발신은 물론 수신 통화까지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USB메모리나 CD 등에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어느 PC에서나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형태도 등장했다.

인터넷전화 시장이 가정까지 확대됨에 따라 소프트폰 서비스 업체들도 가정용 인터넷전화 전용 단말기를 출시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옥션-스카이프는 현재 2종의 와이파이폰을 판매, 하드폰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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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