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S 캠퍼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SAS 정문 경비원의 한결 같은 인사말이다.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데이터 처리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SAS 본사는 대학 캠퍼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울창한 숲 속에 건물들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다.

2001년 584개의 신규 일자리에 무려 3만4,000여 명이 입사를 지원한 SAS. 대도시나 첨단산업도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SAS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은 물론이고 그들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탁아시설, 의료지원,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미국에서는 드물게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오후 5시면 모든 직원이 퇴근한다.

의료시설에는 외과의사, 물리치료사, 마사지사가 상주해 언제든 직원의 건강을 돌보고 있으며, 의료비는 직원 1인당 100달러, 가족당 350달러, 외부 진료기관을 이용할 때는 1,000달러를 보조해준다.

또한 직원 1인당 자녀 세 명까지 사내 탁아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부득이하게 퇴근이 늦어져 저녁식사를 못 챙기는 직원을 위해서 ‘식사 가져가기(Meals to go)’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들은 각자 개인 사무실이 있으며, 누구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부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있다.

SAS가 이처럼 직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는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짐 굿나이트의 경영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 직원이 아무리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쳐도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경영방침에 힘입어 SAS의 평균 퇴사율은 5%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IT업계의 평균 퇴사율 17~20%에 비하면 크게 적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직장의 규모, 연봉의 크기가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우선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일에 대한 재미와 신바람 나는 일터를 꿈꾼다. 업무의 양과 강도가 비슷해도 일터의 환경이나 상사, 동료와의 관계가 다르다면 직원이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집에 다녀오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는 일한 ‘시간’에 비례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을까?

‘훌륭한 일터(Great Work Place)’라는 개념을 창시한 로버트 레버링은 ‘조직 구성원이 상사를 믿고 따르며,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는 곳’을 좋은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일하기 좋은 기업의 3가지 조건으로 즐거움(fun), 신뢰(trust), 자부심(pride)을 꼽는다.

직원이 회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일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시대는 지났다. 일터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득이 되는 활사봉공(活私奉公)의 장소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회사는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fun), 직원은 열심히 일해 회사의 성과를 높여주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신뢰(trust)는 이러한 신바람 일터에서 인재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부하 직원이 상사를 믿을 수 없다면, 회사 생활이 즐거울 리 없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직원들은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컨설팅 회사 탤런트 키퍼스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인재의 이직 1순위는 ‘보상에 대한 불만족’(23%)이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리더’(38%)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자기 업무에 대한 자부심(pride)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직원이 틀에 박힌 업무 때문에 스스로 쳇바퀴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업무에 흥미를 잃게 되고 일터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할 것이다.

9년 연속으로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된 티디 인더스트리가 모든 직원에게 서로의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고, 그것이 회사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직원이 자기 업무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터를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기업과 경영진의 몫이다.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고 그로 인해 행복감과 자부심으로 가득찬 직장인이 넘쳐 나게 된다면 기업의 성과 창출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 조영탁은

(주)휴넷 대표이사, 다산연구소 감사, 한국이러닝기업연합회 이사 , <월간 리더피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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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휴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