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 종목의 공들은 왜 다른 모습으로 생겼을까? 무심결에 흘려버린 현상 중에도 과학의 비밀이 숨어있다. 지난 주 농구공, 골프공에 이어 축구공, 탁구공이 왜 현재의 모양과 재질로 만들어 졌는지, 또 그 공들의 특성은 무엇인지, 그 과학적 원리와 신비 속으로 들어가 보자.

3. 축구공

축구공은 발로 차기 때문에 큰 충격이 가해져도 견디어 낼 수 있도록 충분히 질겨야 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기 전에는 재료공학이 발달하지 못하여 충분히 튼튼한 공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축구공은 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고, 가장 질긴 쇠가죽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재료공학이 발달하면서 쇠가죽의 부위마다 강도가 달라지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조가죽으로 대체되었다. 인조가죽은 균일한 강도를 갖는 장점을 갖고 있고, 여러 가지 특수 가공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의 축구공들은 미세한 거품을 표면과 내부에 넣어서 반발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축구공은 5각형 12조각과 6각형 20조각의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5각형 12조각에만 색을 넣어서 축구공을 만들고 있다. 왜 5각형 조각에만 색칠을 했을까? 그것은 공이 더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명도나 채도와 색상의 차이가 큰 색깔을 규칙적으로 입힘으로써 잔디밭 녹색의 보색인 흰색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눈에 더 잘 띄게 된다. (비슷한 명도와 채도와 색상을 불규칙적으로 혼합 사용하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쉽게 생각해서 군복을 생각하면 된다. 군복을 입고 그늘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파악해 내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축구경기에서 바나나 볼이라고 불리는 커브를 많이 구사한다. 축구공은 초당 30m 이상의 속도로 10회전 이상 회전할 때 휘어져서 날아가게 되는데, 공의 반발력이 강해 속도가 증가한 현대축구에서야 비로소 커브가 등장하게 된다. 커브를 사용하는 야구 등에서도 현대에 이르러서야 커브볼이 등장했는데, 야구공과 축구공은 그 크기가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야구공이 휘기 위해서는 더 빠른 속도와 더 많은 회전을 해야 한다.

반면에 크기가 큰 축구공은 속도가 좀 느리고, 회전이 느리더라도 커브를 그릴 수 있다. 공의 주변에 난류가 형성되기 쉽고, 공의 밀도가 작기 때문에 난류에 의해서 만들어진 힘에 쉽게 영향을 받아 커브를 쉽게 구사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야구공과 축구공은 애초부터 커브를 구사할 수 있도록 고려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상대방을 따돌리기 위해서 적응한 기술인 셈이다. 한편 농구공으로는 커브를 구사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커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4. 탁구공

탁구공은 셀룰로이드라는 플라스틱을 매우 얇게 만든 공이다. 셀룰로이드는 매우 불에 잘 타는 물질로서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알프레드를 화재 속에서 죽음의 위험에 빠트리는 필름의 주요 성분이었다. 매우 단단한 플라스틱을 얇게 만들어 공의 밀도도 매우 작고, 잘 튄다.

그래서 당구공처럼 속이 꽉 찬 공에 비해서 같은 질량의 공에 같은 회전을 줄 경우 탁구공에 회전에너지가 더 많이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회전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바뀔 수도 있다. 탁구공은 매우 가볍기 때문에 커브를 그리며 날아가기가 쉽고, 저장된 회전에너지도 상대적으로 크므로 탁구선수는 탁구공을 좀 더 다양하게 움직이도록 칠 수가 있다.

더군다나 당구의 경우와는 다르게 공이 공중에 떠 있어서 모든 방향에서 칠 수 있으므로 (매우 어렵겠지만) 좌우로 휘는 공처럼 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상대방 탁구대를 맞고 다시 뒤돌아 오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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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성 5월의 작은 선인장블로그운영자 may@minicact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