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모르는 사업은 절대 안해요"생소한 분야 투자했다 큰 시련… 첫 직장 경험 살려 인력파견 회사로 성공국내 최초 인력 아웃소싱 기업 세워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 올려사람 장사는 고객 만족이 핵심… '토털 HR 비즈니스'는 미래 비전

우리나라 최초의 비즈니스 아웃소싱 전문기업, 2004년 업계 최초로 1,000억 원 매출을 달성한 뒤 현재까지 계속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유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 유니에스. 의(義)가 아닌 것을 취할 바에야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낫다고 외치며 신뢰와 자부심으로 무장한 이 회사 이용훈 대표를 소개한다.

이용훈 대표를 보면 성실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는 부잣집에서 곱게 자란 소공자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차분한 목소리와 선한 눈빛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끼게 한다.

그를 보면 첫 직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 첫 직장이 평생의 직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1981년 ‘한국산업안전’이란 회사에 입사해 HR(인사관리) 담당자로 8년을 보냈다. 그 회사는 항공사에 아웃소싱 인력을 공급했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그 방면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지금의 유니에스를 창업하게 된다.

그가 처음부터 이 사업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지인의 소개로 어떤 사업에 큰 돈을 투자했다가 그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큰 시련을 겪은 게 계기가 됐다. “8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 사업에 투자를 할 때는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냉정하더군요. 생소한 일에 뛰어든 결과는 허무했지요. 파트너만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제가 그 일을 모르니까 사기를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큰 돈만 날렸지요.”

하지만 그 일은 ‘약’이 되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잘 아는 분야의 일을 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8년간 해온 아웃소싱 관련 일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친구에게 빌린 4평 남짓한 사무실과 책상 두 개가 밑천의 전부였다.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아웃소싱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거의 전무했던 데다, 스스로 영업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도 큰 장애물로 다가왔다. 도대체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당시 개국한 방송사의 인사부장을 만났지만 그 사람은 힐끔 쳐다볼 뿐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예상한 일이지만 너무 당혹스럽고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안면을 몰수하고 이틀 간격으로 인사부장을 계속 찾아갔다. 이렇게 보름 정도가 지나자 그는 비로소 아는 척을 했고 그 일을 계기로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할 3명의 여사원을 파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는 첫 프로젝트를 위해 유명 모델학원을 돌아다니며 꼭 맞는 사람을 파견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았고 그 결과에 고객도 크게 만족했다. 그러면서 일거리도 늘기 시작했다. 당시 방송사 인사부장과는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며 ‘호형호제’하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인재 파견업은 해외에서는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맨파워, 유럽의 아데코, 일본의 파소나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유력 경제지 ‘포춘’이 발표하는 기업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오른다. 매출액과 인원 면에서 어느 기업에 못지않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분야의 잠재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결코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다. 대전에서 완구 도ㆍ소매업을 했던 그의 아버지는 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며 겸손을 강조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젊은 시절 잘 알지 못하는 일을 했다가 ‘말아먹는’ 바람에 아버지로부터 신용을 잃은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늘 조심스럽고 겸손하다.

인재 파견업은 고객을 대신해서 적당한 사람을 구해주는 사업이다. 자신이 직접 선택한 배우자도 살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고객을 대신해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만족’은 절대적이다.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어떤 사업이든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공급하지만 저희는 사람을 공급해야 하기에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이 한번 불만을 가지면 비즈니스는 끝입니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살아 남지 못합니다. 때문에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과는 평생을 갑니다. 10년이 넘게 거래한 곳이 20여 곳이 넘습니다. 신뢰는 바로 매출과 연결됩니다.”

그에게도 외환위기가 큰 위기였다고 한다. 처음 IMF가 터졌을 때 그는 이를 기회로 생각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을 할 것이고, 그러면 계약직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많은 기업들이 정규직을 해고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계약직을 해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야 명분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보수적이다. 아니, 인재 파견업 자체가 보수적이다. 그래서 업계 순위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 한번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거래업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의 경영철학도 단순하다. “잘 모르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한눈을 팔지 않는다.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한다”가 그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관련 분야를 다각화하고 전문화했다. 고객센터 전문기업 유니에스컴, 전문직종 인재파견 기업 유니스텝스, 유통물류/판매판촉 전문기업 유니토스, 요양보호/간병 관련 전문기업 유니케어를 설립했다. 이밖에도 32개 업무, 197종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ISO9001 품질인증을 획득했고, CQ(고객센터 품질인증 제도) 인증을 비롯한 다양한 수상으로 실력과 우수성을 검증받았다.

이 대표는 결코 무리한 성장을 꿈꾸지 않는다. 무리수를 두다가 고객의 불만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견 인재도 우선은 관리 가능한 1만 명 수준까지만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가 회사의 비전으로 삼은 것은 ‘토털 HR 비즈니스’다. 인사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꿈은 민간기업의 ‘원스톱 취업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취업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겠다는 포부다. 가령 정부가 운영하는 고용센터 같은 기능을 하는 곳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젊은이들과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일자리 때문에 고민하지 않게끔 하자는 것이다.

흔히 외국기업이 국내 투자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노동시장의 경직을 든다. 일단 고용하면 해고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노동관련 법규도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호정책이 오히려 계약직을 힘들게 하고 있다. 만일 그런 규제가 풀리면 기업과 개인에게 훨씬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인재 파견업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대표도 비슷한 애로를 얘기한다. “국내에서 인재 파견 관련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업계에 대한 인식 부족과 법규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기업도 편하고, 이쪽 업계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잘 하는 곳에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분야는 아웃소싱을 해야 한다. 인재 파견업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단순한 인재 파견을 넘어 업무 자체를 아웃소싱하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유니에스의 향후 발전이 기대된다.

■ 한근태 약력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환경재단 운영위원

환경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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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