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 고품격 SUV '모하비' 디자인 총괄… 부임 1년 만에 국내 양산형 차량 첫 도전터프하지만 우아함도 갖춰… 단순 아이디어로 강렬한 인상 남길터

“제 디자인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직선의 단순화(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의 마술사로 통하는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이 마침내 자신의 ‘신차’를 선보였다. 바로 고품격 대형 SUV인 ‘모하비’. 기아에서 그가 디자인한 차들 중 양산형으로는 최초의 모델이다. 지난 해 9월 기아에 처음으로 합류한 지 1년 여만의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한 아이디어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지요.” 그가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디자인 전 과정에 참여한 ‘모하비’는 ‘최고의 기술을 갖춘 SUV 최강자(Majesty of high-tech active vehicle)’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아차의 미국 주행성능시험장이 위치한 곳의 지명과도 같은 이름이다.

“남성적인 매력이 확 느껴질 겁니다. 터프하지만 거칠지는 않고…. 과도한 스타일링을 배제하면서도 우아함을 갖추고 있죠.” 슈라이어 부사장은 “디테일한 부분을 강조하거나 과감한 스타일의 기존 SUV와 모하비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BMW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슈라이어는 1994~2002년 아우디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일하며 혁신적이고 스포티한 아우디 디자인의 변혁을 주도했다. 폭스바겐에서 뉴비틀, 로드스터, 버기,, 골프, 아우디에서 콰트로 스파이더, 아우디TT, A2, 람보르기니까지 그가 디자인해 명성을 떨친 차종 만도 수십가지가 넘는다.

기아 신차 모하비

스스로 직접 펜을 들고 디자인하는 순수 디자이너로도 이름높은 그는 폭스바겐을 거쳐 지난 해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기아에서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발표한 컨셉트카 ‘큐(KUE)가 첫 작품이다.

이어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익씨드(ex-ceed)가 두 번째, 그리고 4월 국내 남양디자인센터에서 만들어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KND-4’와 컨셉트 스포츠카 ‘키’가 그가 내놓은 최신 작품들.

가장 최근의 두 작품은 그가 ‘직선의 단순화’를 디자인 모토로 공포한 이후 내놓은 차들인데 특히 모하비는 하나부터 열까지 이런 그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적용된 첫 모델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가 기아에 합류한 후 유럽의 자동차 잡지 등 언론에서는 기아차를 소개할 때 그의 이름을 곧잘 인용하고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도 올라가는 등 기대 이상의 영입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아는 성장하는 브랜드입니다. 기아의 잠재력을 재창조하는 것일 뿐이죠.”

그가 디자인한 모하비는 또 대량으로 생산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차량으로는 사실상 첫 도전 작품이란 점에서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자신도 ‘디자이너로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출시를 앞둔 신차에 대한 대중들의 첫 반응을 경험할 때”라며 “모하비 출시 때문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할 정도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모하비는 북미 등 대형 SUV 시장을 주요 공략 지역으로 삼고 있다. 경쟁 차종은 포드 익스플로러, 지프 그랜드 체로키, 토요타 4런너 등이 꼽힌다.

슈라이어 부사장이 모하비를 통해 보여주는 디자인은 강인하고 대담하면서도 스타일과 개성을 갖춘 SUV라 할 수 있다. 고급 ‘비즈니스 스타일’과 기능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차량의 중후함을 저해시키는 과도한 ‘곡선’ 보다는 심플하고 정제된 기능적 디자인을 추구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후드와 그릴 라인만 봐도 그의 디자인적 요소가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다.

그는 이미 기아차의 디자인 방향도 역시 ‘직선의 단순화’로 제시했다.

“기아차는 현재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도전과 기회 앞에 서 있다”는 그는 “처음 스케치를 하는 디자이너에서부터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까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기아의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목표에 기아의 디자인 미래가 담기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도로에서 기아차를 알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 기아차를 금방 찾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차들 중에서 기아차의 디자인은 ‘중립적’이라고나 할까, 한편으로 아이덴티티(정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의 통일된 디자인 언어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말한다. “종전과 차별화시켜 모든 기아차들이 일체화되는 하나의 패밀리 룩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지금 기아는 그런 과정이 진행중이고 여전히 성장 과정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디자인을 통해 상품, 브랜드, 고객이 마법처럼 강력하게 하나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에 따라 디자인한다면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렵고도 미묘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현대차와 비교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현대가 여전히 품질과 기술력을 강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기아는 디자인 브랜드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제 품질과 제품력, 기술력은 상품의 ‘기본’이 됐고 실제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이 구매 1순위 요소가 된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단언했다. 디자인 중심의 감성소비가 세계적으로 일반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경제 패러다임이 디자인 경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아차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디자인을 정했고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은 머잖아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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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