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의 솔리톤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타났던 동물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인 고래는 수백 km 떨어진 다른 고래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오늘날은 배의 소음 때문에 수십 km 떨어진 거리에서만 대화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고래의 소리가 아무리 커도 수백 km 떨어진 곳의 고래에까지 소리가 전달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그럼 고래는 어떻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

바닷물의 염분 농도 차이나 온도의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물리적인 성질의 차이가 심하게 발생한 층의 물은 쉽게 섞이지 않는다. 이 층의 경계면이 충격을 받으면 경계면을 따라 파장이 긴 내부파가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부파는 솔리톤이 되어 흩어지지 않고 사방으로 전파된다.

고래가 먼 곳까지 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고래가 두개의 층 사이에서 매우 긴 파장의 소리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솔리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1893년 북극을 탐험하던 노르웨이의 탐험가 프리됴프 난센도 북극 바다에서 배가 매우 느려지는 현상을 겪었다. 배의 속도가 늦어진 것은 프로펠러가 빙하가 녹아 생긴 담수와 해수의 경계면에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펠러의 회전이 배를 진행시키지 않고, 층 경계면에 매우 긴 파동을 만들어 배의 전진에는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석등의 솔리톤 <그림 : 석등>

우리 조상들도 솔리톤을 이용하곤 했다. 지금도 사찰에 가면 많이 존재하는 석등이 그 예이다.

석등을 대충 만들면 관찰할 수 없는 특성이지만, 잘 만든 석등은 내부에 촛불을 켜두면 웬만한 바람에는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바람이 물체의 주변을 지나갈 때 물체의 뒤편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이용한 것이다.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에 상관없이 중심부에 중심이 있는 소용돌이를 만들어 바람이 거의 정지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한 장소에서 형성되는 소용돌이 솔리톤을 생활에 이용한 적절한 하나의 예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솔리톤으로는 온돌을 들 수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때 본 사람은 왜 온돌이 솔리톤을 이용한 것인지 알 것이다. 아궁이를 지나서 방으로 들어가기 전 뜨거운 공기는 하나의 소용돌이를 만든 뒤에 각각의 방고래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해일(쓰나미)는 솔리톤인가?

솔리톤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 항상 나오는 것이 해일(쓰나미)다. 그런데 해일은 정말 솔리톤일까? 왜 해일을 솔리톤이라고 부르게 됐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해일이 먼 거리를 이동해 오면서도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해일은 흩어지지 않을까? 사실 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전혀 없다. 아주 잠시 해일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쓰나미는 거대한 에너지를 갖는 파도인데, 대부분은 바다에서 발생하고 간혹 내륙의 호수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쓰나미가 발생하는 이유는 주로 큰 지진이나 해저화산 폭발이다.

한번 발생한 해일은 먼 곳까지 이동해 가므로 일본의 지진으로 발생한 해일이 남아메리카 페루나 칠레에까지 도달하기도 하고, 북아메리카 시애틀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일이 일본에 큰 피해를 일으켰다는 지질학적 증거도 있다.

2004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발생했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강진은 엄청난 해일을 일으켰고, 그 해일은 전 세계 바다로 흩어졌다. 이 해일이 일차적으로 전파된 지역은 수마트라 섬 뿐만이 아니라 인도, 솔로몬 제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이었다. 이 때 발생한 해일의 전파 모습을 살펴보면 해일의 정체를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그림 : http://www.pac.dfo-mpo.gc.ca 그림, 기상청 그림>

위의 두 경우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해일은 흩어지지 않는 솔리톤의 성격을 띠지는 않는다. 수마트라 강진의 경우는 해일의 발생지역이 남북으로 매우 길었기 때문에 해일의 형태가 얼핏 흩어지지 않는 모양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수에 긴 나뭇가지를 하나 던졌을 때 형성되는 물결과 같이 흩어지는 모양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해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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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