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민간연구기관 경제성장률 전망 엇갈려고유가·고원화·고금리 新 삼각파고 몸살 예고취업자 수 소폭 증가세… 주택경기도 활성화될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유세 기간이던 11월말 충남 아산시 온양 재래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민은 ‘경제’를 선택했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당선자가 차기 정부를 꾸려가게 됨에 따라 멀리는 앞으로 5년, 가까이는 새해의 국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면 된다’라는 정신으로 압축되는 이 당선자의 경제철학으로 미뤄 새해 경제는 일단 활기찬 동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늘 정권 초창기에는 경기가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여온 게 경험 법칙이다.

그러나 경제대통령이 들어섰다고 해서 경제가 반드시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는 점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여파와 중국경제의 거품붕괴 우려 등 불투명한 대외변수도 국내 경제에 그늘을 드리운다.

과연 새해에는 국민의 여망대로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2008년 경제 전망을 통해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08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4.7%로 예상했다. 이는 2007년 경제성장률 4.8%에 비해서도 0.1%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분석이다.

한은 전망이 맞아떨어지게 되면 한국경제는 5년 연속 4%대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게 된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특히 새해 국내경제는 상반기에 4.9%의 성장률을 나타낸 후 하반기에는 오히려 4.4%로 기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이렇게 판단하는 데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대가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고유가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고유가에 따른 충격파가 선진국의 경기호조, 신흥시장 국가의 고도성장 등에 힘입어 상당 부분 흡수됐지만, 앞으로는 고유가 여파가 본격적으로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물가불안 심리 확산 등의 부정적 영향을 낳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은과 달리 다소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전망 보고서인 ‘SERI 전망 2008’에서 새해 경제성장률을 5%로 예측해 눈길을 끈다. 특히 내구재 소비 확대와 서비스 지출 증가로 민간소비가 4.5% 증가하고 설비투자 역시 7.1% 증가하는 등 경기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소 낙관적인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경제의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복세에 들어선 한국경제의 추세를 꺾을 정도의 충격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유가와 환율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흐름도 낙관론의 바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특히 국내 산업이 새해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대체수요 증가 등에 따라 내수와 생산이 동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내수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주요 기관의 새해 경제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대외변수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로 반영하느냐 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충분히 다져졌다는 쪽은 낙관론을 펴는 반면, 아직 기초체력에 취약점이 있다고 보는 쪽은 신중론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해 한국경제가 상당히 불투명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시험을 치를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고유가, 고원화, 고금리 등 ‘신(新)3고’의 파도가 몰려오는 조짐은 그런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경제의 최근 고질병은 수출과 내수가 따로 간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출경기가 내수경기를 진작해 함께 동반 상승하는 사이클을 보였지만 2000년대 들어 이런 구조가 완전히 붕괴됐다. 즉 경제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많은 서민들이 수 년째 경기를 불황으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내수경기는 경제성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생산, 소비, 투자로 이어지는 경제성장의 연결고리에서 소비가 침체되면 그만큼 경제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해 내수경기는 어떻게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해 내수경기가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각종 경제연구기관이 제시하는 내수 전망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의 소비 증가세가 새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고용의 질적 개선과 주식시장 활황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소비 회복세를 끌어올려 새해 상반기 중 민간 소비는 4.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상용 근로자 취업자 수의 견실한 증가세는 가계 부문의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만들어 가계 구매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7년 1~10월 중 상용근로자 취업자 수는 48만2,000여 명 증가해 전년 동기의 41만2,000여 명에 비해 7만 명 정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새해에도 취업자 수는 소폭이지만 증가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은에 따르면 새해에는 내수 회복세 등에 힘입어 서비스업 등 고용흡수력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체적인 취업자 수 증가 규모도 2007년보다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연히 실업률도 떨어져 새해 연간 실업률은 2007년의 3.3%보다 소폭 하락한 3.2% 수준이 예상된다. 다만 고유가 및 원화강세 등에 따라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해진 수출 제조업체의 신규 고용 여력은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의 흐름도 내수경기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증시에 대한 소비의 반응이 1~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등 소비의 증시에 대한 반응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른바 ‘부의 효과’로 내수 소비가 진작될 뿐더러, 그 반응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내수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여러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개장을 기다리는 소비자들.

새해 증시 전망이 전문가마다 다소 엇갈리고는 있지만 만약 증시가 급격한 조정국면에만 진입하지 않는다면 2007년 증시활황에 따른 민간소비 진작효과는 새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8월 개최되는 베이징올림픽과 함께 최근 신차 교체수요 증가도 내수경기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변수라는 지적이다. 이 두 변수는 값비싼 내구재 소비를 진작시켜 소비 회복세를 더욱 연장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은 평판TV 등 영상ㆍ음향기기 중심의 내구재 소비와 해외여행 소비를 유인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제전이 개최되면 그 직전 2분기 동안의 내구재 소비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다고 한다.

아울러 내구재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비내구재와 서비스 지출도 최근 견실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민간소비 회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청신호로 여겨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체의 설비투자 역시 내수경기와 매우 긴밀한 관계다. 한은은 새해 설비투자가 2007년의 7.6%에서 6.4%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가 투자활성화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걸고 있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건설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그나마 좋은 조짐이다. 한은은 건설투자 증가율이 2007년 1.8%에서 새해에는 2.8%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건설 경기는 부진하지만 국토균형개발사업이 본격화한 데다 비주거용 건물 건설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해 내수경기는 의외로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경제를 내걸어 당선된 이명박 차기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민심을 끌어오기 위해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경우 부실과 거품이 끼일 수 있다는 점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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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컨테이너 부두 선적 작업 모습.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