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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 '가격파괴' 태풍
SK네트웍스, 기존 업체보다 10~15% 저렴하게 고급차 판매
'병행수입' 방식이 비결… 외제차 가격거품 빼기 신호탄 될 듯



벤츠


2007년은 국내 수입차 시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로 기록될 만하다. 시장 개방 만 20년을 맞아 그야말로 ‘성년식’을 치러도 괜찮을 만큼 각종 지표에서 한층 성숙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30%가 넘는 초고속 성장세를 연출했다. 이에 힘입어 1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5,000대를 돌파했으며, 연간 기준으로 신규 등록 5만대 시대를 활짝 열어 제쳤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5%를 달성했다. ‘수입차 대중화 원년’이라고 해도 무방한 실적인 셈이다.

수입차 판매량은 87년 문호 개방 첫해 고작 10대에 그쳤으나 10년째 되던 96년 1만대를 넘어서는 등 순항을 거듭하다가 외환위기 직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침체의 늪에 빠지기도 했지만 고소득층 증가, 수입차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최근 수 년째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해에도 수입차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새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가 2007년보다 20% 가량 늘어나 약 6만2,000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의 전망치는 6만5,000대로 더 높다. 이 같은 전망에는 3,000만~4,000만 원대 중저가 시장 확대, 젊은 고객층 확산, 신차 대거 출시 등이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 확대에는 또 다른 메가톤급 변수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가격인하 태풍이다. 지난해 수입차 업계는 가격거품 논란과 SK네트웍스의 수입차 병행수입 사업 진출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이는 잠재적인 수입차 고객층을 실제 구매로 이끄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을 기치로 내세운 SK네트웍스발(發) 가격파괴 바람의 영향력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고가정책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온 공식수입업계가 고강도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SK네트웍스와 공식수입업계가 벌이는 신경전도 치열하다. 공식수입업계는 직수입 차량을 “싼 게 비지떡”이라고 공격하는 반면 SK네트웍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수입차 시장을 뒤흔들어 놓은 SK네트웍스의 최대 무기는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SK네트웍스는 기존 공식수입업체의 판매가격에 비해 10~15% 가량 싼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가령 공식수입업체가 2억660만 원에 판매하는 벤츠 S550 모델의 경우 3,000만 원 정도 저렴한 1억7,650만 원에, 1억8,520만 원에 파는 BMW 750Li 모델의 경우 3,170만 원 싼 1억5,350만 원에 제공한다. 물론 풀옵션 기준 가격이다. 특히 고객이 불필요한 편의사양을 제외하고 구매할 경우에는 최대 24%(벤츠 S550)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아우디 R8, BMW 코리아 뉴5시리즈


고가 수입차의 가격이 이처럼 낮아지자 소비자들의 관심도 크게 고조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하순 사업 개시 후 불과 한 달 만에 130대가 넘는 차량을 팔아치웠다. 그 중 벤츠(S600, S550, E350) 판매량만 70여대에 달한다.

이는 벤츠 공식수입업체가 3개 모델을 월 평균 100여 대 정도 판매하는 사실에 비춰 상당한 성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SK네트웍스 측에 따르면 상담 전화나 매장 방문을 하는 고객도 수천 건에 달할 만큼 고객 호응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SK네트웍스의 가격인하 비결은 무엇일까. 역시 수입차 도입방식에 비밀이 숨어 있다. SK네트웍스가 채택한 차량 수입방식은 이른바 병행수입이다. 이 방식은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직수입(공식수입)하는 것과 달리 외국 딜러를 통해 수입하는 형태를 취한다.

단순화하자면 국내로 수입하기까지 딜러라는 유통단계를 하나 더 거치는 셈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상품의 유통단계가 늘어나면 최종 소비자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SK네트웍스의 수입차 판매가격은 오히려 훨씬 저렴할 수 있을까.

이는 공식수입업체들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사실상 가격횡포를 부려온 그간의 관행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SK네트웍스가 유통단계를 하나 더 거치는데도 가격이 더 낮은 것은 기존 수입차 가격에 그만큼 거품이 많이 끼어 있음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고급 수입차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아울러 SK네트웍스가 대기업 종합상사로서 보유한 협상력과 정보력, 네트워크 경쟁력도 중요한 가격인하 요소다. 현재 SK네트웍스는 미국 등지의 유력 딜러와 파트너십을 맺고 안정적인 차량 공급선을 확보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만약 외국 제조업체가 SK네트웍스의 딜러망을 파악하면 차량 공급을 차단할 수도 있어 해외 소싱 과정은 1급 대외비로 다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



기존 공식수입업계는 한 목소리로 SK네트웍스의 가격인하 전략을 폄훼하는 입장이다. 병행수입 차량이 가격은 낮을지 몰라도 애프터서비스(A/S), 부품조달 등 그 외 부문에서는 공식수입 차량과 견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편의사양을 모두 장착할 경우 병행수입 차량과 공식수입 차량의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즉 병행수입 차량이 싼 이유는 그만큼 편의사양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SK네트웍스는 가소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객 스스로 편의사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선택옵션제 자체가 SK네트웍스만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식수입업계는 옵션별 세부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통으로’ 가격을 책정하는데, 여기에 거품이 상당 부분 끼일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한다. 사실 그 동안 공식수입업계는 별로 쓰임새가 없는 고가 편의사양도 모두 장착한 풀옵션 차량만을 판매해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불필요한 지출 부담을 준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현재 공식수입업계는 “자동차 첨단화에 따라 본사 지원 없이는 제대로 된 A/S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전파하고 있는데, SK네트웍스는 이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숙련된 전문정비인력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전문서비스센터 2개소와 자사의 자동차정비망인 스피드메이트 12개소, 제휴A/S업체 등을 엮어 충분한 전국 A/S망을 구축했다는 것.

나아가 새해 초에는 복합정비공장을 설치하는 한편 고객 니즈에 맞춰 A/S망 추가 확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기존 공식수입업체들보다 더 신속하고 충실한 A/S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SK네트웍스 측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처음 구매가격도 중요하지만 소모품, 부품, 공임 등의 단가도 고객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며 “SK네트웍스는 여기서도 거품을 확 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욱 고객에게 유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콧대 높기로 유명했던 국내 수입차 시장에 거침없이 가격파괴 도전장을 던진 SK네트웍스의 시도는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분명한 것은 공식수입업계의 가격인하를 유도함으로써 과도한 가격거품이 점차 걷힐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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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1/03 13:3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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