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독점시대 뒤이어 중국·일본·인도 등 달 탐사 경쟁최첨단 기술 과시로 군사강국 이미지 살리기 대결'꿈의 에너지' 헬륨3 대량 매장돼 경제적 효용성도

새해에는 누가 달토끼를 만날 수 있을까. 아시아에는 공통적으로 달에 얽힌 민담이 많다. 중국에는 항아(姮娥) 또는 상아(嫦娥)라는 달에 사는 비운의 선녀에 관한 전설이 있다. 이 여인이 불사약(不死藥)을 먹고 달나라에 가 신선이 됐다는 것인데, 남편 후이는 밤만 되는 그리움에 달을 쳐다보며 아내를 불렀다고 한다.

일본에는 ‘가구야’라는 이름의 달에 사는 공주가 민담으로 전해 내려온다.

노부부가 대나무밭에서 예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가구야라고 부르고 키웠으나 어른이 된 뒤 사랑을 뿌리치고 수레를 타고 달로 갔다는 내용이다. 우리에게도 달은 동요에 나오는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 찧는 토끼’로 예로부터 친숙하다.

이렇듯 전설과 환상속에서만 존재해왔던 달을 직접 밟아보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최근 아시아의 각축이 열띠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구소련의 뒤를 이은 러시아 두 나라가 우주탐험을 독점해 왔으나,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이 맹렬한 기세로 우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자 기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본 인도 등 역내 ‘패권국가’들이 우주전쟁의 대열에 가세한 것이다.

이들 국가들이 달 탐험에 국운을 걸다시피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달 탐사는 표면적으로는 과학기술의 영역이지만, 우주과학기술과 군사기술이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달 탐사 능력은 곧 우주를 공간으로 하는 최첨단 군사기술의 수준과 동일시된다. 따라서 달을 탐사한다는 것은 동시에 우주군사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경쟁국에는 군사강국으로서의 위협적인 지위를 과시할 수 있다.

각국이 경쟁국가에 뒤질세라 하루라도 먼저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하려고 하는 것은 우주개발, 보다 현실적으로는 군사기술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자리잡고 있다.

달 탐사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일본이 미국과 함께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려 하자 중국이 2007년 1월 기상위성 미사일 격추실험을 강행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달이 갖고 있는 경제적 효용성이다. 달에는 지구에는 없는 ‘헬륨(Hellum) 3’이라는 핵융합발전 원료가 대량 매장돼 있다.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원료가 되는 헬륨 3은 에너지 효율이 석유의 무려 1,400만배에 이르고 더욱이 방사능이 배출되지 않아 ‘꿈의 에너지’로 꼽힌다.

가치는 톤당 4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헬륨 3이 달 표면에 100만~500만톤 매장돼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100만톤이면 지구 전체가 매일 소비하는 전력을 1만년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하니 각국이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달을 탐사하려는 열의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우주탐사에서 한발 앞서가는 형국이다. 1999년 11월 첫 무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2003년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유인우주선인 ‘선저우(神州) 5호’ 발사에 성공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6년 ‘선저우 6호’를 발사한 중국은 베이징(北京)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10월께 ‘선저우 7호’를 다시 우주로 쏘아올린다는 계획이다. 유인우주선 발사는 달 탐사 프로젝트와 함께 중국 우주항공의 양대 사업이지만, 달 탐사가 달 표면에 우주인을 착륙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 탐사를 위한 기초체력을 다진다는 의미가 강하다.

중국은 이미 2007년 10월 첫 달 탐사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창어 1호는 달 상공 200km 상공에서 127분에 한번씩 달을 돌면서 1년 동안 ▦달지도 제작 ▦광물탐사 ▦토양측정 ▦우주 환경.대기 측정 등 4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중국 정부는 달에 무인우주선을 착륙시키고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달 외에도 2009년에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화성을 탐사할 계획이다.

중국의 약진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중국의 선저우 5호 발사 성공 소식에 깊은 충격을 받은 일본은 1969년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 발사 이래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셀레네(Selene)’ 달 탐사 프로젝트를 입안,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중국의 창어 1호 발사 한달 전인 2007년 9월 셀레네의 첫 사업이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달에 사는 공주’의 이름을 딴 달 탐사위성 ‘가구야’ 발사에 성공해 중국에 어느 정도 얼굴을 세웠다.

일본은 특히 창어 1호에 비해 가구야가 갖고 있는 기술력의 우위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선회하는 달 궤도가 200km 상공인 창어 1호에 비해 가구야는 고도가 100km여서 창어 1호보다 관측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정밀한 관측을 위해서는 가급적 낮은 궤도까지 내려오는 것이 유리한데, 달은 중력이 일정하지 않아 궤도를 낮추는데 어려움이 많다.

일본 정부는 창어 1호의 절반밖에 안되는 낮은 궤도까지 내려올 수 있는 것은 일본 기술력의 우위를 입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일본은 1972년 세계 4번째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렸을 정도로 우주개발의 연륜이 짧지 않다.

그러나 1998년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진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과 중국의 선저우 5호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이 본격적인 우주개발의 자극제가 됐다.

중국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달 탐사에 대한 열의는 인도도 빠지지 않는다. 2007년 1월 우주캡슐을 개발해 12일간 궤도 비행에 성공했던 인도는 2008년 3~4월까지 자체 개발한 달 탐사선 ‘찬드리얀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찬드리얀’이라는 이름 역시 달에 얽힌 인도 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찬드리얀 1호는 달의 입체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달 100km 상공을 비행할 예정인데, 수명이 1년인 일본 중국의 위성보다 훨씬 긴 2년을 자랑한다. 인도 정부는 2011~2012년 찬드리얀 2호를 쏘아 올린다는 목표로 러시아와의 기술적 공조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모두 11기의 위성(다목적실용위성 1, 2호, 우리별위성 1, 2, 3호, 과학기술위성 1호, 무궁화위성 1, 2, 3, 5호, 한별위성)을 개발했고, 이외에 6기의 위성(다목적실용위성 3, 3A, 5호, 통신해양기상위성, 과학기술위성 2, 3호)을 개발중이다.

2008년에는 100kg급 소형위성인 과학기술위성 2호를 처음으로 자체 개발중인 발사체(KSLV_1)에 실어 쏘아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의 우주기술은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하면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이후 재점화된 ‘제2의 우주전쟁’을 보면서 달토끼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유석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