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 해 주식과 부동산, 두 ‘재테크 검투사’가 벌인 싸움에서 승자는 당연히 주식이라고 생각된다.

종합주가지수는 1월 1,360포인트에서 출발해 11월에 2,085포인트를 찍고 12월 마지막 개장일 1,897포인트로 대미를 장식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1년 내내 숨죽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해 큰 재미를 볼 수 없었으나 예외도 있는 것 같다. 아파트 2채에 작은 빌딩 1채, 상가 1채를 소유한 50억 원대 자산가 한모 사장이 그런 경우다.

한 사장은 재산을 불리려는 일념으로 최근까지도 수십 차례나 이사를 해왔다. 처음에는 셋방에서 전세로, 이어 전세에서 적은 평수의 아파트로, 다음에는 더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런 식으로 그는 20년 동안 근 서른 번 정도 이사를 했다.

한 사장은 1980년대 초반 서울 잠실의 15평형대 소형 아파트에 처음 입주했다. 그 때 아파트 분양가는 3,000만~4,000만 원대로 당시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돈 1,000만 원 가량에다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3,000만 원을 보태 집을 장만했다.

그 시절만 해도 서울에서는 강남보다 종로, 성북, 명동 근처 등 강북지역이 오히려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다. 또 가가호호마다 연탄불을 때는 게 일반적이었던 때라 연탄가스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따금씩 전해지기도 했다.

한 사장은 당시 강남에 있던 근무지가 마포로 옮겨가자 근처 망우동으로 이사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넘치는 동네였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었다. 덕분에 평수를 30평형대로 늘릴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또 목동과 등촌동 근처 4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에 다시 강남으로 돌아왔는데, 전에 살던 15평형대 아파트가 지금은 재건축돼 10억 원대에 달하는 자산으로 불어났다.

한 사장은 그 동안 이사를 다니며 겪은 고단함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사실 가진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오래 한 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산을 불려올 수 있었다.

잦은 이사를 통해 자산증식에 성공한 한 사장의 성공 스토리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종종 자문을 구한다. 현 시점에서 어디로 이사를 가는 게 좋을지, 또 이사를 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등등. 그럴 때마다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주는 한 사장은 이제 지인들 사이에서 ‘부동산 박사’로 통한다.

아울러 한 사장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를 이룬 데는 아내와 자녀들의 협조 또한 큰 힘이 됐다. 수시로 짐을 꾸리고 낯선 곳을 전전해야 하는 생활에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따라와줬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려면 가족의 합심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최근 신문에서 ‘날 보러 와요’로 유명한 왕년의 인기가수 방미 씨가 연예계를 떠나 있는 동안 부동산으로 200억 원을 벌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방 씨도 자신의 성공요인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자주 이사했던 것을 꼽았다. 실수요와 투자를 한꺼번에 도모하기에는 아파트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 판단이 그녀를 200억 원대 부자로 만든 것이다.

주변환경이 좋고 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는 가격이 비싸다. 반면 환경이 다소 불편하고 역세권 개발이 돼 있지 않은 아파트는 가격이 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내다본다면 분명 돈이 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면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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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