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견제' 인가 '우연의 일치' 인가SM7 페이스리프트 공개, 모하비 발표와 겹쳐QM5 테스트도 기아 중국공장 준공식과 같은 날

‘기아차에게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르노삼성(?)’

지난 3일 열린 르노삼성의 SM7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 첫 공개 행사. 같은 시간 기아자동차는 다른 장소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모하비’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장소만 다를 뿐 양 사의 발표 시점이 정확하게 겹친 셈. “르노삼성이 신차 런칭 발표만 하면 기아차 행사와 자꾸 겹치지?”라며 수근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최근 르노삼성과 기아차가 벌이는 각종 행사와 발표 시점이 서로 겹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자동차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신차 출시 등을 둘러싸고 양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

르노삼성과 기아차 간의 ‘기싸움’은 비단 올 초 사건 만이 아니다. 지난 해 말 르노삼성은 ‘QM 5’ 테스트 드라이브를 실시했는데 때 마침 기아차는 중국에서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당시 기아차는 중국의 동풍열달기아 제2공장 준공식을 갖기 며칠 전 서둘러 행사를 발표하며 언론의 관심을 ‘르노삼성’에서 ‘기아’로 돌리는데 적잖이 성과를 거뒀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현대기아차 수뇌부가 대거 참석하는 행사였기에 자연히 무게중심은 현대기아차로 쏠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행사가 한달 여 전부터 언론에 공지된 것을 감안하면 기아차의 재빠른 발표는 ‘전격적으로 진행된 작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르노삼성이 QM5의 사전예약 판매를 하루 앞서 ‘싼타페 더 럭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QM5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하루 전에 역시 신차를 선보임으로써 르노삼성은 어찌됐든 조금이라도 ‘김빠지는’ 입장에 처해버린 셈.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행사 하나를 치르려면 장소 섭외부터 물류와 전시팀 등 지원 업무까지 조율을 하는 데만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린다”며 “급작스럽게 날짜를 잡거나 변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특히 기아차와 연거푸 일정이 겹치는데 대해서는 “불가피한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도 동종 업계에서 윈윈 전략으로 나간다면 좋을텐데”라며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우연히 일치된 것일 뿐”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기획설(?)을 일축한다. 중국 공장 준공 날짜는 이미 최고의 ‘길일’로 수개월전부터 잡아 놓은 것이고 모하비도 당초 9일에 공개하려다 제네시스를 8일 런칭하는 바람에 3일로 앞당겼다는 것. 특히 올 해는 2일까지 휴무한 업체들도 많아 실제 3일이 시무식 겸 한 해를 여는 날로 의미를 뒀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르노삼성과 기아차 사이에 ‘우연의 일치’가 반복되는 것은 무엇보다 르노삼성이 SUV 시장에 첫 모델인 QM5를 내놓고 현대기아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타페와 소렌토, 스포티지, 거기에다 모하비까지 국내 SUV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기아차의 시장에 르노삼성이 ‘과감히’ 뛰어들었다는 것이 경쟁사로 하여금 기선제압(?)에 나서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

현대기아차가 국내 시장을 50% 이상 장악하고 있고 르노삼성이 시장점유율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신차 경쟁 구도만을 감안하면 경쟁사를 긴장케 할만 하다는 논리에서다.

동종 업계에서 이처럼 업체의 사운을 건 발표나 런칭 행사가 겹치는 사례는 종종 있다. 지난 해 초 르노삼성은 신차발표 날 토요타와 날짜가 겹쳤는데 이 때는 토요타가 극적으로 양보,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됐었다. 하지만 이 달만 해도 혼다코리아 경우 신차 발표일이 언론의 디트로이트 모터쇼 취재 일정과 겹쳐 가슴앓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입장에서도 QM5 출시가 사실상 기아에 ‘맞장’을 뜬 격이고 기아차도 르노삼성을 이젠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양사의 경쟁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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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