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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원-달러 환율 왜?
글로벌 외환시장 달러 하락세에도 국내선 상승행진
'마진콜' 시달리는 미국계 금융회사들의 국내 주식매도가 가장 큰 이유
조선업체 선물환 달러 매도 공세 주춤… 엔화 강세도 디커플링에 일조



원-달러 환율이 1년 3개월만에 최고인 954.0원을 기록한 22일 오후, 외환은행 본점 딜러들이 바쁘게 거래를 하고 있다.


외환딜러를 일컬어 ‘0.5초의 승부사’라고 한다.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수시로, 그리고 급하게 바뀌는지라 유능한 외환딜러가 되려면 0.5초와 같은 순간적인 찰나에 모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일 터. 그만큼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살펴보면 정말 그 말이 실감난다. 분위기가 전혀 딴 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불과 1, 2개월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달러 대 원화 환율이 900원 선을 무너뜨려 899원대에 진입하기도 하였고, 작년 여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줄곧 하락하기만 하는 환율을 두고 “환율 때문에 머리 아프다”는 식으로 발언한 적도 있었다. 그런 발언이 나올 정도로 환율은 하락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게 어느새 역전되었다. 요즘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환율의 하락, 즉 원화의 강세를 주장하는 의견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달러 환율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급기야 940원선도 훌쩍 넘겨버렸다. 이런 판국이니 달러의 하락을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연일 하락세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달러환율도 결국 해외에서의 달러 환율과 동조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서울 외환시장에도 전해져 해외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약세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달러가 덩달아 약세이고, 해외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상승세를 나타내면 우리나라에서도 상승세이던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해외 외환시장과 우리나라 외환시장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해외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환율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환율이 각각 따로따로 노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며 앞으로 환율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일부 외환딜러들은 달러 환율의 대세가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연일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공세가 가장 큰 이유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하여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흔들리고 있고, 그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우리 증시도 덩달아 흔들리는지라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공세가 매섭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벌써 3조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았다.

미국계 금융사들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하여 손실된 투자원금을 보상해달라는 마진 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기에 마진 콜 혹은 환매요청에 응하려면 한국 등 이머징 마켓에 투자해놓은 자금을 회수해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 결과 외국인들은 연일 매도에만 주력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고스란히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뀌어 해외로 송금된다. 결국 매일같이 달러 매수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셈.

작년에 우리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나타낼 때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우리 증시로 몰렸고, 그 자금이 연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바뀌었으므로 원화 강세,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은 그 때와는 180도 정반대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 엔 캐리 트레이드 상환속도 빨라져

둘째로,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기에다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후퇴의 불안감까지 겹치고 있는 상황.

이를 막기 위하여 작년 말부터 미 연방준비위원회는 달러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해왔고, 이번 1월30일 개최될 연방준비위원회에서도 달러의 금리를 최소한 0.50%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금리가 인하될 것이 확실시되자 달러화의 매력은 감소하였고, 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달러약세-엔화강세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제까지 엔화의 낮은 금리를 이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펼쳤던 국제 투기자본이 엔화의 가치가 급속하게 높아지자 엔 캐리 트레이드 거래를 최근 급속도로 상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엔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원화매도-달러매수 압력으로 작용한다. 달러 강세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는 셈.

세 번째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된 달러 공급원의 역할을 하던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달러 매도공세가 주춤해진 것도 달러의 상승세를 촉발하고 있는 이유이다.

작년에는 한국은행 등의 경고를 무시하면서까지 대형 조선업체들의 달러 선물환 매도공세가 이어졌다. 이들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선물환율이 하락압력을 받자 덩달아 현물환율도 하락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달러 금리가 확연히 하락하고 있는데 비하여 우리나라의 금리는 몇 달째 동결되고 있는 탓에 현물환-선물환의 스왑레이트, 즉 현물환-선물환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고 이것이 조선업체들의 달러 매도공세를 멈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선물환율이 고평가되면서 추가적인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물환 매도물량이 이전에 비하여 확연히 감소하였다.

■ 미국 금융시장 안정이 최대 관심사

앞으로 달러 환율은 어떻게 될까? 역시 미국 금융시장의 안정이 최우선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우리나라 증시도 안정될 터이고, 그러면 빠져나갔던 달러 자금이 국내 증시로 환류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환율도 재차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의 증시 등 금융시장이 지속적으로 불안하고, 미국 경제도 정상을 되찾지 못한다면 달러 환율이 과거처럼 큰 폭으로 하락하여 900원 이하로 내리는 등의 움직임을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기는 우리나라의 수출과 맞물려 있다.

미국의 경기가 부진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부진하게 되어 수출대전으로 서울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감소할 것이고, 이는 달러 환율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결과가 된다.

달러 환율의 향방을 점치려면 미국을 바라볼 도리밖에 없다. 당장 1월30일에 열릴 미 연방준비위원회에서 달러 금리를 얼마나 인하할 것이며, 그에 따라 미국 증시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단기적인 관심거리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미국 금융시장이 단번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인 만큼 달러 환율은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오름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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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1/31 15:40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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