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처럼 하나의 ID로 다양한 사이트 이용 가능지난해 말 기준 세계 1억 2,000만개·국내 10만개 발행야후·구글 등 공룡기업 참여 선언으로 지구촌 급속 확산

처음 만들 때 번거롭고 귀찮기는 하지만 공인인증서를 만들어 두면 여러모로 편한 환경이 조성된다. 무엇보다 금융권이나 정부기관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 한번 만들어 둔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할 수 있어 편하다.

국민은행이든 제일은행이든 하나은행이든 공인인증서 하나로 모두 로그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각 은행마다 일일이 인터넷뱅킹을 신청하고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첫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그 다음부터는 하나의 인증서로 모든 은행에 로그인이 가능하다.

금융권 말고 정부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별다른 사전 등록절차 없이도 공인인증서를 아이디 대신 사용해 로그인할 수도 있다. 회원가입 절차 없이도 말이다. 이런 사이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인인증서가 또 좋은 점은 비밀번호 하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은 로그인을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 두 가지를 모두 알아야 한다.

단 하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모든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개 서너개씩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갖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하는 일이 곤욕이다. 오랜만에 들른 사이트에서 로그인할 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몰라 아이디찾기나 비밀번호찾기를 이용한 경험은 다반사다.

공인인증서는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인증서 하나에 비밀번호 하나만 알면 어느 사이트든 로그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은행 등 금융권과 일부 정부기관에 제한돼 있다는 것이 아쉬움이다.

하지만 일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금융권의 공인인증서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아이디가 확산되고 있다. 바로 ‘오픈아이디(Open ID)’다.

공인인증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오픈아이드를 발행해주는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고, 또 이 오픈아이디를 아이디나 비밀번호 대신 인정해주는 사이트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약 1억2,000만 개의 오픈아이디가 발행됐다고 한다. 오픈아이디를 허용하는 웹사이트도 9,000개를 넘어섰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오픈아이디가 발행되기 시작해 약 10만 개 정도의 오픈아이디가 발행됐다고 한다. 이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 마이아이디넷(www.myid.net)이 오픈아이디 발행에 나섰고, 이어 아이디테일(www.idtail.com), 아이디피아(www.idpia.com), 다음오픈아이디(openid.dum.net) 등이 오픈아이디 서비스에 나섰다.

이런 오픈아이디가 2008년에는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대형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오픈아이디 지원을 속속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야후와 구글이다.

2008년 벽두에 오픈아이디 진영에 합류를 선언한 곳이 야후다. 야후는 자사의 오픈아이디 사이트(http://openid.yahoo.com)를 공개하고 1월30일부터 공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야후는 2억5,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발행된 오픈아이디 개수보다 2배가 넘는 숫자다. 야후의 참여로 오픈아이디 사용자가 단번에 2배 이상 늘어나게 된 셈이다.

야후가 공개한 오픈아이디는 ‘보안씰(Sing-in Seal)’ 기능도 포함돼 있다. 이 기능은 야후에서 오픈아이디를 만든 이용자가 다른 사이트에서 이 오픈아이디를 통해 로그인하는 경우 자신이 미리 입력한 사진이나 텍스트가 출력하게 함으로써 피싱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야후의 합류로 세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구글도 오픈아이디 참여를 선언했다.

구글은 이미 지난해 11월 자사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거닷컴(Blogger.com)에 댓글을 달 때 오픈아이디를 통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조치를 한 바 있는데, 이번에 야후처럼 오픈아이디를 직접 발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구글의 오픈아이디는 구글이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의 주소가 바로 오픈아이디가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구글 블로그 주소가 http://abcd.blogspot.com이면, abcd.blogspot.com이 오픈아이디가 되는 것이다.

오픈아이디는 어느 곳에서든 한 곳에서 등록하고 발급받으면, 오픈아이디를 지원하는 세계 모든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오픈아이디의 매력이다. 구글에서 발행한 오픈아이디로 국내 오픈아이디 지원 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오픈아이디는 세계적인 표준기술이기 때문이다.

오픈아이디를 발행 받는 방법은 발행해주는 사이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인 웹사이트 가입절차와 비슷하다. 발행사이트에 가서 자신이 쓸 오픈아이디 하나를 등록하고 비밀번호와 이메일주소 등을 함께 등록한 후 등록확인 절차를 거치면 끝이다. 물론 공짜다.

이렇게 해서 발급받은 오픈아이디로 세계 어느 곳이든(오픈아이디를 지원하는) 사이트에 따로 회원가입 없이도 로그인할 수 있는 것이다. 웹서핑의 만능키인 셈이다.

관건은 오픈아이디를 지원하는 사이트들이 많아져야 하지만, 야후와 구글이 합류함으로써 오픈아이디 생태계는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야후와 구글에 앞서 IBM과 베리사인이 합류할 예정이고 딕닷컴,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카온라인(AOL) 플락소, 위키피디아 등도 오픈아이디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픈아이디의 기술표준을 관리하고 오픈아이디 확산을 위해 오픈아이디재단도 세워져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아이디재단 관계자가 국내에 들어와 오픈아이디 홍보에 나선 바도 있다. 바야흐로 하나의 아이디로 웹의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오픈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들의 목록은 http://openiddirector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