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숨은 과학

이 영화가 시작할 때 자막으로 말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맞는 말 같아서 '그럼에도 어떻게 날면서 잘 살아갈까?'라는 의문을 품을 만하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매우 당연한 것이다.인간 켄은 꿀벌 배리로부터 애인 바네사를 지킬 수 없었을까?뉴욕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바네사와 그녀의 애인 켄.

그러나 그들의 사이에 나타난 꿀벌 배리에게 바네사가 호감을 느낀다. 평소 꽃을 좋아하고 생업으로 취급하는 바네사로서는 벌을 싫어할래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벌을 싫어하던 켄은 배리에게 밀려 바네사에게 퇴짜를 맞는다.

그런데 켄은 꿀벌 배리로부터 바네사를 지킬 수 없었을까?사실은 아주 간단한 방법이 존재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치는 않지만 꿀벌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꿀벌의 수가 급격히 줄어 급기야는 벌통에 일벌들이 없어져 벌통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군집체 붕괴(CCD, Colony Collapse Disorder)라고 부른다.

더군다나 아직도 인간은 왜 꿀벌들이 사라지는지 원인을 알지 못한다. 어떤 새로 발생한 기생충이나 병원균 때문인지4 , 사람들이 살포하는 농약이나 유전자 변형 작물 때문인지, 아니면 꿀벌들 자체가 변화한 것인지…….

하지만 독일의 란다우대 교수인 헤르만 스테버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벌통에 핸드폰을 넣어 전자파로 영향을 준 벌통의 꿀벌들은 밖으로 가져갔을 때 벌집으로 되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완전히 정확한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핸드폰이 꿀벌들에게는 강력한 천적인 셈이다. 그리고 꿀벌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야생 벌들도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꿀벌이 꿀을 따러 벌통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증가한다니 인간들도 바싹 긴장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좀 치사하고 위험한 방법이긴 하지만 켄은 배리가 꽃집에 왔을 때 핸드폰을 갖고 꽃집에 오래 있었으면 배리는 다음부터 결코 꽃집으로 되돌아오지 못하지 않았을까?

영화에서는 켄이 핸드폰을 깜빡 잊고 안 가져왔다고 하는데, 사실은 켄이 매우 매정한 듯 보이지만 사려 깊고 정이 많아서 배리를 위해서 핸드폰을 놓고 온 배려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꿀벌은 꿀이 많을 때 일을 안 할까?

꿀벌이 인간과의 소송에서 승소하여 인간들이 그동안 빼앗아갔던 꿀들을 모두 되돌려주자 꿀벌들은 모두 일손을 놓고 휴가를 떠난다.

얼마나 일을 하지 않았는지 식물들이 꽃을 피우지 않고 모두 시들었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자 주인공 배리와 바네사는 잘못을 깨닫고 꿀벌들에게 일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꿀벌들은 꿀을 채집하여 모으는 것이 본능에 의해 무조건 행해지는 것이 아니었나? 이에 대한 한 일화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나도 전해들은 이야기라 명백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양봉업자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야 겨울이 있어서 꿀벌들이 꿀을 채집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되어 꿀 생산성이 낮은 편이다. 그런데 열대지방에서는 겨울이 없고, 사시사철 꽃이 많으니 양봉을 열대지방에서 하면 어떨까? 양봉업자는 우리나라 꿀벌 통을 비행기에 싣고 열대지방인 필리핀으로 향해 꿀벌에 대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황춘성 may@minicact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