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근접… 성능은 글쎄혼다 신형 어코드·닛산 뉴 인피니티 EX35 등 저가공세로 국내 바람몰이차값 비슷한 현대 제네시스 "우린 벤츠·BMW와 경쟁한다" 한수위 주장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가 신형어코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위)
그렉 필립스 한국닛산 대표가 소개하는 뉴인피니티 EX35(가운데)
광저우 모터쇼에 선보인 현대차 제네시스(아래)
이제 수입차 가격이 국산 승용차 보다 더 싸다?

수입 자동차와 국산 자동차 간에 판매 가격 ‘역전 현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수입차 판매가가 국산차 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 물론 배기량 등 동급 기준 차량들 간에서다.

수입차의 ‘가격 역전’ 현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혼다와 닛산 등 일본산 차량들. 이들 일본 수입차 브랜드들은 올 초 신차를 출시하면서 파격적인 ‘저가’ 공세를 퍼붓고 나섰다.

최근 1~2년새 수입차와 국산차의 판매 가격에 있어서 간극이 차츰 좁혀져 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해부터는 4,000만원대, 3,000만원대 외국산 승용차 등 수입차 치고 ‘그리 비싸지 않은’(?) 차종과 모델들이 잇달아 선보였던 것. 또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수입차들에 대해 1,000만원을 넘게 깍아 주는 할인 경쟁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올 초 국내 시장에 ‘신형 어코드’를 선보이면서 국산차와의 가격 전쟁에 불을 댕겼다. 판매가는 3.5리터가 3,940만원, 2.4리터는 3,490만원(부가세 포함). 그런데 비슷한 시기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야심작 제네시스의 판매가는 BH330 그랜드가 4,050만원, BH330 럭셔리 4,520만원, BH380 로얄이 5,280만원. 모두 3.3리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기본 적용 가격이다.

여기서 가격의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는 혼다의 신형 어코드가 제네시스 보다 더 싸다. 신형 어코드 3.5리터와 제네시스 BH330 3.3리터 등 비슷한 배기량의 두 차량을 동급으로 비교할 경우 혼다 차가 110만원 가량 판매가가 더 낮게 책정된 것. 다시 말해 동급 기준 일본산 수입차가 국산차 보다 더 싸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

두 차량은 비단 액면 가격에서만 비슷한 것만은 아니다. 차량의 사양이나 신기술, 마케킹 전략 등에 있어서도 럭셔리나 하이 엔드 차량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또한 일치한다.

혼다코리아가 지난 1월 14일 출시한 신형어코드는 ‘하이 엔드(High End)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1976년 출시된 이래 30여년 동안 160개국에서 1,600만대 이상 판매된 월드 베스트 셀링카 어코드가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업스케일됐다는 의미.

이번에 출시된 신형 어코드는 8세대 모델로 강인한 외모에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추가했다. 전장과 전폭, 축거 등 차체가 종전 보다 커져 실내 공간도 넓어졌다. 또 국내에 처음 도입하는 차세대 가변 실린데 제어 기술인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시스템이 적용돼 배출가스를 저감, 친환경성과 함께 연비도 향상시켰다.

특히 VCM시스템은 6기통을 기본으로 하지만 정속 주행이나 완만한 가속시처럼 큰 출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3~4기통으로 작동, 엔진의 효율을 높여줘 연료소모를 줄여줌으로써 고출력과 고연비를 동시에 달성토록 해 준다. 또 사이드 커튼 에어백, 액티브 헤드레스트, 충돌시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 주는 G-CON기술 등이 신형 어코드가 자랑하는 신기술들.

한국닛산 또한 올 초 신차 발표를 통해 혼다를 거들고 나섰다. 뉴 인피니티 EX35를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에 가격 충격을 가한 것. 럭셔리 크로서오버 모델로 섬세하고 고혹적인 외관을 내세우는 이 차의 판매가는 5,47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책정됐다.

특히 뉴 인피니티 EX35는 일반 승용차형인 세단 보다는 높지만 기존 SUV 차량들 보다는 높이가 낮은 새로운 유형의 차량으로 꼽힌다. 아직까지 국내에 익숙치 않은 스타일의 차량.

3.5리터 224밸브 VQ35HR엔진을 장착, 강력한 추진력을 갖추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웰컴 라이팅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스타일과 디자인, 기술, 편의 사양 등을 감안해도 닛산이 예상외로 싸게 판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을 정도.

이처럼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일본차의 국내 시장 공략은 새해 벽두부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혼다 신형 어코드의 경우 출시 3주만에 계약대수만 1,000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하는 등 올 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지난 2월 3일까지 신형 어코드의 계약 대수는 1,050대. 출시한 지 약 3주만에 달성한 것으로 수입차 단일 모델로는 최단 기간 1,000대 돌파 기록이라고 혼다 측은 강조한다.

혼다코리아 정우영 대표는 “하이엔드 신형 어코드가 성능과 디자인이 종전 모델에 비해 크게 향상된데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였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분석한다.

또 “초기 예상보다 수요가 대폭 늘어 공급이 지연되고 있어 현재 계약 후 인도까지 적어도 2개월 이상 소요가 되지만 향후 추가 물량 확보를 통해 계약 후 차량 인도 시기가 더 연장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를 놓고 혼다와 현대차 간의 신경전도 벌써 벌어졌다. 누가 먼저 판매 1,000대 돌파를 했느냐를 놓고 공방이 오고간 것. 결국 서로가 “계약과 출고 등록 절차상에서 일부 통계가 누락됐다”며 집계상의 문제로 일단락 되면서 양측은 무승부를 기록, 쌍방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시장에서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혼다의 신형 어코드, 닛산의 뉴 인피니티 EX35 등을 동급, 혹은 경쟁 차량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량의 사양이나 기술, 제원, 편의장치 등 하나부터 열까지 차이점이 적지 않은데 단순히 배기량만 비슷한 것만으로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현대차 제네시스는 정몽구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세계 시장을 노리는 고품격 프리미엄 세단으로 만들어낸 차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현대차는 강조한다. 국내에서 수입산 자동차들과 경쟁할 만큼 최고의 기술과 사양으로 제작된 럭셔리 차량으로서 현대차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는 것.

때문에 현대차는 지난 해 제네시스를 처음 언론에 공개하면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두 차량과 성능 비교를 벌인 것에서도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다름아닌 제네시스의 경쟁 상대는 벤츠와 BMW 비슷한 배기량 차량들이라는 주장인 것.

이는 최근 현대차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인 그랜저 뉴 럭셔리를 발표하면서 경쟁 상대로 일본산 수입차들을 거명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현대차는 4월 남양연구소에서 그랜저 뉴 럭셔리와 렉서스 ES350을, 소나타 트랜스폼과 혼다 어코드를 각각 비교시승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랜저와 소나타로 일본차들에 도전장을 냄으로써 제네시스의 경쟁 모델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민감한 부분을 의식해서인지 혼다코리아 또한 이와 관련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정 회사의 차량이나 모델을 콕 찝어 경쟁이나 비교 대상 차량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의 일관된 방침이라는 것.

하지만 현대차는 “수입차와의 비교시승회를 통해 그랜저 뉴 럭셔리의 뛰어난 품질을 알려 나갈 계획이며 일본 프리미엄 세단 이상의 정숙성과 주행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차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어쨌든 자동차 업계에서는 앞으로 수입산 자동차의 가격 공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사례는 양측간에 벌어질 전면적 가격 전쟁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특히 “가장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모토로 삼는 혼다 브랜드를 앞세운 일본산 수입차들이 특히 가격 전쟁의 제1선에 나설 확률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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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인피니티 EX35(위) 그랜저 뉴럭셔리(아래)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