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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금리 인하의 딜레마
미국과 금리 격차 커지고 경기 위축 우려
내릴 상황은 충분히 무르익었는데… 한국은행 인플레 걱정 '뜨거운 감자'



10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월 콜금리 운용목표를 연 5.00%인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각계 경제전문가들과 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본관 소회의실에서 최근 경제동향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홍인기기자

옛날 신파 연극에 “사랑을 따르자니 돈이 울고, 돈을 따르자니 사랑이 운다”는 대사가 있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반드시 다른 쪽을 잃기 마련이어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애매할 때, 흔히들 이 표현을 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통화금융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바로 이런 형편이다. 금리를 두고 한국은행의 입장이 참으로 어렵다.

지난 2월13일에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로 삼는 콜금리 목표를 5%로 동결하였다. 이로서 연속으로 6개월째 콜금리는 전혀 변동 없는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이번 결정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인정하는 눈치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금리 인하는 시간이 문제일 뿐이지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인식하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채권 금리가 금융시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기금리에 비하여 장기금리는 높다. 굳이 어려운 이론을 이용하여 유동성 프리미엄이네 혹은 시장분할 가설이네 등을 들먹이며 설명하지 않더라도, 단 하루짜리 콜 금리에 비하여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간주된다.

기간이 길수록 신용위험이나 금리변동 위험에 노출되므로 그만큼 금리가 높아야 할 터.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자금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콜금리에 비하여 3년 만기 국고채의 수익률이 되레 낮게 거래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지난주, 콜금리는 5%이지만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5%를 하회하여 4.95%로 거래되는 일이 벌어졌던 것. 물론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고, 이후 국고채의 금리가 다시 올라 5.05~5.07% 수준을 기록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에 비하여 낮은 편이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단기금리인 콜금리와 3년물 국고채 수익률과의 스프레드, 즉 금리차이는 대체로 0.5%포인트 정도로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예컨대 콜금리가 4%라면 3년물 국고채 금리는 대략 4.5% 수준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스프레드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것은 역시 자금시장에서 콜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콜금리가 5%이지만 조만간 콜금리가 인하될 것이므로 금리가 인하되지 않았을 때 미리미리 채권을 사두겠다는 수요가 늘어났고, 그 결과 국고채 수익률이 일찌감치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여 하락한 것이다.

국내 자금시장에서 한국은행이 결국 콜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보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 경기가 그리 순탄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부실로 인한 경기후퇴 가능성이 만만치 않은 위협이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 4/4분기에 0.6% 증가하는데 그쳤고, 자칫 올해 들어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할 우려도 있다. 서브 프라임 부실로 인하여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부동산 경기도 하락하면서 민간 소비가 크게 감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는 민간 소비에 의존하는 바가 큰데, 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여러 경제지표에 의하면 내구소비재 판매는 줄어들고, 크레디트 카드 사용도 감소하는데다 향후 경기호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가 움츠러들면 기업의 매출도 줄고, 이는 결국 생산감소, 고용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사이클로 접어들 수 있는데, 미국의 현 상황이 자칫 그렇게 될 위험이 높다.

최악의 시나리오겠으나,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 치기라도 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

연방준비위원회를 비롯한 미국의 금융정책 당국에서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라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금리를 0.75%포인트나 긴급 인하하였고, 또한 지난 1월말의 정례 회의에서 또 0.50%포인트 인하하였다. 단 열흘 만에 기준금리가 4.25%에서 3.0%로 크게 내렸으니 예사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3월의 미 중앙은행의 정례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또 인하될 확률이 거의 100%라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은 상원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만일 달러 금리가 또 내린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2.50%가 되어서 우리나라 콜 금리와 차이가 2.50%포인트로 벌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속 시원하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금리를 내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금리를 내릴 경우 물가를 자극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셀 것이 명백하다.

만일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경기가 둔화되는 정도가 아니라 경기후퇴, 즉 마이너스 성장의 우려가 엿보인다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다소 보수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으나, 거기에 의하더라도 4% 후반의 성장은 가능하리라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만을 내렸다가는 거센 물가상승압력에 직면할 우려가 있고, 이는 결코 한국은행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특히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 달러에 육박하면서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철광석, 동 등의 금속이나 농수산물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인지라 한국은행으로서는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내릴 입장은 못 된다.

실제로 1월중 수입 물가는 지난해에 비하여 무려 21.2%나 치솟아 지난 1998년 10월(25.6%)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더구나 과거 2004년의 경험이 쓰라리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이로 인하여 국내 경기가 위축되자 한국은행은 경기후퇴 압력을 막는다는 이유로 콜 금리를 3.25%까지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낮은 금리를 이용하여 너도나도 부동산 대출로 몰렸고, 결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였다. 그러니 이번에 금리를 내리면 다소 진정국면에 들어선 부동산 시장을 자칫 자극할 우려도 있는지라 그만큼 한국은행은 조심스럽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도 크게 벌어지는데다 경기 위축에 대한 부담도 있으니 금리는 어차피 인하되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최대한 금리인하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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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2/25 15:38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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