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포털 네이버 참여… 사단법인 CC코리아 출범하고 국제 컨퍼런스도 개최

지난 2월26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의미있는 발표를 했다. “이용자들의 권리 강화와 가치있는 콘텐츠의 유통 활성화를 위해 ▲CCL 설정 ▲ 자동출처 표시 ▲글 보내기 등 블로그와 카페의 콘텐츠 보호 및 유통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의 포털이자, 거대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네이버가 콘텐츠 보호 기능을 강화한다고 나섰으니 주목할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CCL 설정기능’의 도입이다.

블로그 사용자나 카페 이용자가 자신의 글이나 위젯 등에 스스로 CCL 기반의 저작권을 설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내 포털 가운데 다음과 파란이 이미 도입한 바 있어, 네이버가 첫 사례는 아니지만 국내 포털 시장에서 네이버의 위치를 감안할 때 의미가 남다르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저작권이다. 기본 정신은 ‘창조와 공유’다. 저작권은 원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다. 하지만 이같은 독점권은 남용과 횡포를 낳기도 했다.

CCL은 저작권이 저작자의 권리라는 것을 분명히 인정한다. 하지만, 사회적 공유를 통해 더 나은 창조에 기여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좀 더 건강하고 발전된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저작권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웹2.0이 강조하는 개방과 공유의 정신이 저작권 분야에서는 CCL로 나타난 셈이다.

CCL은 200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주도해 만들었다. CCL을 널리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커먼즈(Creative Commons)라는 세계적인 조직도 꾸려졌다.

국내에는 지난 2005년 한국정보법학회 주도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www.creativecommons.or.kr)가 설립되면서 처음 소개됐다. 3년만에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포털들이 CCL 설정기능을 속속 도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CC코리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CCL을 적용한 콘텐츠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국가다. 도입 3년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CC코리아도 올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CCL을 국내에 소개하고 보급하는 일은 CC코리아가 담당해왔다. 하지만 CC코리아는 법적인 조직은 아니다.

한국정보법학회안에서 시작된 일종의 프로젝트명이다. 윤종수 판사(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장)가 프로젝트 리더를 맡아왔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운영돼 왔다. 커뮤니티 참가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스탭으로 참여해 CCL의 정신과 가치를 전파해왔다.

CC코리아가 정식 사단법인으로 거듭난다. 경희대 정진섭 교수(경희대 법대)가 이사장을 맡고, 윤종수 판사가 대표로 활동할 예정이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CC코리아가 개최하는 국제 컨퍼런스도 서울에서 열린다. 오는 3월14일 오후 1시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제1회 CC코리아 국제 컨퍼런스‘(http://www.creativecommons.or.kr/conference/kor)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CCL관련 첫 국제 컨퍼런스다.

컨퍼런스는 '학술', '비즈니스', '공공', '예술과 미디어' 4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된다. 각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CCL과 실제 적용 사례 등이 소개된다. 외국의 참석자 가운데 로렌스 레식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눈길을 끈다. <코드> <자유문화> 등의 저서를 통해 ‘창조를 위한 공유의 저작권’ 운동을 강조해온 그는 CC를 창립한 주인공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CC의 가치를 직접 강조하고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도 자원봉사자들이 자투리 시간을 쪼개 준비하고 있다. 행사를 기획하고 국내외 참석자를 수배하고 행사의 홍보나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자원봉사자들이 도맡아 준비했다. CC의 정신과 그대로 맞닿아 있는 모습이다.

열린 문화, 자유 문화를 위해 모인 사람과 기업들의 한바탕 축제가 기대된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