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쌓이기만 하는 보험증권은 현명한 재테크의 '적'

아버지가 아들에게 포도밭을 물려주었다. 아들이 포도밭으로 일을 하러 나갔다가 포도밭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울타리를 보고는 말했다. “열매도 맺지 않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군. 아버지는 왜 이런 필요 없는 것을 만들어 놓았지?”

아들은 열매도 맺지 않는 쓸데없는 울타리를 치우며 아버지를 원망했다. 울타리가 없어진 포도밭은 사람들과 짐승들로부터 안전할 수 없었고, 결국 포도나무들은 예전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들은 그제서야 포도밭을 소유하는 것만큼이나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의 현명함을 존경하게 되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포도밭이 자산형성을 위한 저축과 투자라면, 울타리는 보장성 보험에 비유할 수 있다. 울타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당연히 포도의 수확량(수입)과 포도밭의 규모를 고려하여 지출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울타리를 만들면서 나중에 좋은 땔감으로 쓰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표1>은 환급형 보험의 경우 만기환급형의 가치와 순수보장형으로 가입한 후 가용자금을 저축과 투자로 전환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자산규모를 보여준다.

보장성 보험의 만기환급금은 보험료의 납입이 끝나는 순간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장기간이 끝나는 시점(통상 80세)에 받을 수 있으며 중간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약을 하거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소한 20~30년 후에 수령하게 될 만기환급금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그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장성 보험은 순수보장형으로 가입하고 가용자금은 저축과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데 훨씬 더 효율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피보험자(보험대상)별로 합리적인 보장의 범위를 설정해 보자. <그림1>은 피보험자별 우선보장 영역을 보여준다. 먼저 작은 비용으로 상해나 질병에 대해 포괄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의료비 실손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기본이다.

의료비를 포괄적으로 보장받기 원하는 경우라면 손해보험 상품이 적합하다. 여기에 자녀는 중증 장해를, 주부는 중증 장해와 질병,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은 중증 장해와 질병, 사망에 대해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보험료의 부담이 크지 않다면 추가적인 보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장점을 잘 조합하면 가족 모두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보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므로 기존에 가입한 상품들에 대해서도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보험료는 줄이고 보장은 더 강화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이제 개인별 황금률을 찾아낸 실제 사례를 통해 적정한 보험료 지출 구조를 살펴보자. 지난 호에 언급한 바와 같이 적정한 보장성 보험 지출 비율은 획일적인 것이 아니며, 저축과 투자플랜과 연계하여 동시에 고려해야만 자신의 황금률을 찾을 수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표2>는 가계의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를 고려한 보장성 보험료 지출 규모를 나타낸다. 배우자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30대 중반의 맞벌이 가정의 사례다.

형제로부터 빌린 1,500만 원을 1년 후에 상환하기 위해 1년 만기 정기적금을 들고 있는 것 외에는 저축이나 투자가 없었다. 반면 주변 지인들의 권유 등을 통해 가입한 보장성 보험료 지출 비중은 갈수록 커져 월 총소득의 12%를 상회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엔 소득대비 6% 정도였으나 증권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은퇴플랜이나 자녀 교육자금 플랜에 대해서는 보험 중 하나 둘쯤 정리하면 될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순수 보장형으로 네 가족 의료비 실손 보장과 남편의 사망 보장 강화를 하고, 납입기간은 가능한 길게 책정했더니 보험료는 약 40만원 정도가 줄어들었다. 이는 소득 대비 5.2% 수준이다. 수입 지출 분석을 통해 나타난 10만원은 당사자들도 항목이나 용처를 모르는, 그야말로 새어나가는 지출이었다.

이에 보장성 보험 조정 이후 확보된 자금을 합해보니 월 50만원의 잉여가 발생했다. 50만원은 10년 동안 약 1억 원(연 수익률 9% 가정)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가정의 경우 부채 상환이 끝난 뒤부터는 본격적인 투자 계획과 은퇴준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5.2%의 비중은 아무에게나 모두 적용할 수도 없고, 또 적용해서도 안 된다. 다만 소득과 지출, 투자와 저축 계획에 맞는 비율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만의 ‘황금률’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각종 필요 자금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해지니 말이다.

보호해야 할 포도보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거나 포도와 구분이 어려운 울타리를 유지하기 위해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들여다보자. 포도밭을 지키는 울타리는 필수불가결하지만 울타리는 울타리일 뿐 포도가 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장우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