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야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1970~90년대에는 돈만 잘 벌면 모든 것이 이해되었던 적도 있다.

그 시절에는 돈이 절대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풍토 속에 기업들은 빚을 내 덩치를 불리고 개인들도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였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외환위기가 닥치자 모두 어떻게 되었는가. 부도와 파산, 신용불량 등등.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은 기억들이다.

요즘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경제 쓰나미’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도 따지고 보면 금융기관과 대출자들의 ‘모럴 해저드’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구입자금의 100%까지 높은 이자를 받고 대출해줬고, 개인들은 부동산만 구입하면 가격은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높은 이자를 주면서까지 대출을 받았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사실 앞뒤 가리지 않고 부동산 투자(혹은 투기)에만 매달린 기업과 개인들이 스스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난국 속에서도 살아 남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불황기에 돈을 벌기보다는 돈을 지키는 데 힘을 쓴 현명한 부자들이다. 필자가 만나본 요즘 젊은 부자들은 돈을 불리는 데만 관심을 두기보다 현재 가진 재산을 잘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대출을 안거나 고위험 고수익의 무리수를 두지는 않는다.

서울 마포에서 대형 고깃집를 운영하고 있는 미혼의 김모(37) 사장. 준수한 외모의 그에게서는 선뜻 고생한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다. 인천부둣가 근처 창고와 서울의 고깃집을 합하면 약 40억 원대의 자산가다.

필자는 언젠가 그에게 “아직 나이가 젊은데 혹 부모님으로부터 재산을 물려 받아 사업을 시작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허허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 부모에게 큰돈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20대 후반부터 고생도 많이 했지만 너무 돈, 돈, 돈 하다 보니 돈이 벌리기는커녕 오히려 도망가더군요. 그래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도 둘러보며 사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지요.”

그는 부자가 되는 두 가지 조건을 말했다. 첫째는 돈을 버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이 돈을 유지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인지 그는 요즘 자산의 일정 부분을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 먼저 투자하고 그 나머지만 주식과 펀드, 부동산 등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과거 돈을 모으는 과정에는 이런 분산투자 원칙을 잘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수 차례의 실패를 통해 지금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체득하고 있다.

김 사장처럼 요즘 젊은 부자들은 과거 부자들과는 달리 가정과 행복을 버리고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돈이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돈의 크기만 다를 뿐 부자는 부자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관리할 돈은 반드시 있다. 작은 돈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큰 돈도 잘 관리할 수 있다. 작은 돈이 커져서 종자돈이 되고 나아가 투자자산이 되는 것이다.

요즘 젊은 부자들의 돈 버는 비결을 보면 ‘공격’과 ‘수비’를 적절하게 잘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불황기와 호황기에는 각각에 맞는 돈 관리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 중 ‘분산투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전략이다. 인생의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파티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자격과 권리가 있다. 독자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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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