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축제' 기업 협찬·정부 후원 놓고 격론건강한 논쟁이 미래의 질서 만든다

블로거들의 세계, 이른바 블로고스피어에는 늘 논쟁과 토론이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자신만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른 만큼, 특정 이슈나 사건을 놓고 바라보는 시선이나 해석이 부딪히는 경우는 흔하다. 토론과 논쟁은 좋은 것이다. 그것을 통해 좀 더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비난이 아닌 비판이 오가야 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최근 블로고스피어를 뜨겁게 달군 논쟁이 하나 있었다. ‘블로그 순수성에 대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2월29일 열린 ‘제1회 블로그 축제’가 논쟁의 불씨였다.

■ 블로거들의 첫 대규모 만남의 장 '블로그 축제'

“아, 싼바님이시군요. 상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데요. 하하하.”

300여명의 블로거들이 그날 홍대앞 클럽에 모였다. 자신의 블로그 명찰을 달고 주변을 오가며 인사를 하다, 낯익은 블로그의 주인을 만나면 오래전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만남’이라는 주제로 기획된, 말 그대로 블로거들의 축제였다. 평소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만 연락하며 대화를 나누던 블로거들이 처음으로 만나 얼굴을 대하는 자리였다. 처음 만나기는 하지만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는 친한 벗이자 동료인지라, 반가운 인사와 악수가 내내 이어졌다.

또 ‘블로그’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던 만큼, 특별한 프로그램없이도, 3시간여를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었다.

300명 규모의 대형 오프라인 모임으로는 첫 행사여서 행사 개최전부터 블로거들 사이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블로그 축제를 둘러싸고 한동안 논쟁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 블로그는 순수한가, 순수해야 하는가

한 블로거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논쟁의 큰 주제는 블로그의 순수성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번 축제는 ‘혜민아빠’라는 개인 블로거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행사였다. 기대 이상의 반응속에 규모가 기대했던 것 보다 커지면서, 블로거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가 꾸려졌고 이들이 기획과 행사 준비와 진행을 도맡았다.

그런데 행사가 커지고 주목을 받으면서 몇몇 기업이 협찬에 나섰고, 문화관광부도 후원자로 나서 행사비용의 일부를 지원했다. 논쟁은 바로 기업의 협찬과 정부의 후원 때문에 불거졌다.

이를 둘러싸고 블로거의 순수성이 훼손된 것이라는 의견과, 적절한 수준의 후원과 협찬이라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부딪힌 것이다.

이번 논쟁은 블로그 축제가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잦아졌지만, 앞으로 계속 불거질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블로그 기반의 마케팅 전문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블로거를 대상으로 벌이는 기업들의 마케팅 이벤트도 점차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같은 ‘블로그 마케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블로거들의 개인적인 수익추구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블로그의 상업화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블로그가 과연 순수한 것인가, 순수해야만 하는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가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이같은 논쟁의 불씨가 블로고스피어 확산과 함께 잠복해 있는 셈이다.

■ 건강한 논쟁이 건강한 블로그를 만든다

순수성을 둘러싼 논쟁의 결론이나 해답은 없어 보인다. 블로그는 자발적인 개인 미디어이며, 각 블로그마다 자신만의 운영철학과 원칙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준수해야 할 절대 규칙이나 법은 존재할 수도 없는 공간이다. 다만, 블로고스피어의 공통의 가치라는 것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부터 블로거들이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거듭되는 논쟁과 토론속에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29일 열렸던 블로그 축제는 일각에서 우려했던 수준의 훼손이나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본다. 행사의 기획과 준비, 그리고 당일 진행까지 모두가 자발적인 자원봉사 블로거들이 맡았다. 기업들의 협찬이나 정부의 후원도 결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 논란이 건강한 블로고스피어로 가기위한 첫 걸음이기를 기대하며 그런 점에서 이같은 논쟁과 논란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단, 나와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건전한 토론문화를 기대한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