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 등 대안 모색 분석 유력… 야후 애태우려는 심리전 가능성도

‘태산명동서일필’. 요란하게 떠들썩했지만 결과는 보잘 것 없었다는 뜻이다. ‘세기의 빅딜’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인터넷 세상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 시도가 바로 그런 형국이다.

3일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는 “인수 가격을 50억달러나 올리면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야후측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주당 31달러에 야후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야후 이사회는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해왔다. 이에 발머 CEO는 야후 측에 인수 가격을 주당 33달러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야후가 최소 주당 37달러는 받아야 된다고 끝까지 맞서자 마침내 인수포기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의 고위 경영진들은 3일 시애틀공항에서 만나 마지막 협상을 벌였다. 마이크로소프트쪽에선 CEO인 스티브 발머와 서비스 부문 사장인 케빈 존슨이 참석했고 야후에선 제리 양 CEO와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파일로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야후측은 매각 가격을 주당 40달러에서 37달러선으로 낮췄고 양사 대표들은 이를 놓고 오랜 시간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는 협상을 끝낸 뒤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면서 내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추가 제안을 해 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는데, 스티브 발머는 이후 제리 양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협상 종료를 선언해 버렸다.

‘인수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 이사회를 갈아엎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보내며 야후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임장 대결이라는 최후의 카드 대신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현재로선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 대신 다른 대안을 찾는 쪽으로 전략을 급히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CEO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업체들을 “온라인 광고 등 MS의 인터넷 사업 강화에 즉시 도움이 될만한 규모를 갖춘 업체”로 꼽은 바 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야후 인수전이 진행중인 와중에 이들과도 접촉해왔다.

이 가운데 AOL이 특히 주목된다. 야후는 MS의 인수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해 AOL의 소유주인 타임워너와 물밑접촉을 진행해왔다. 야후가 AOL를 합병하고 타임워너는 야후 지분 20% 가량을 소유한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 시도가 무산된 이후 이번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 대신 AOL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OL도 적극적이다. 영국의 더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포기 선언이후 AOL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제휴를 타진했다는 소식이다. 야후도 여전히 AOL과의 ‘합방’을 원하고 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가 이번에는 AOL을 놓고 서로 끌어안기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포기’ 선언이 사실상 또 다른 인수 전략일 수도 있다. 야후의 주주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 야후 이사회가 손을 들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매일 찾아와 뜨거운 구애를 펼치던 사람이 갑자기 냉담하게 돌아서 버리면 그때는 구애를 받던 당사자가 다급해진다. 바로 이같은 고도의 심리전략 차원으로 풀어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위임장 대결이라는 최후통첩까지 날렸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갑자기 포기선언을 한 배경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최종 목표는 ‘검색황제’ 구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 시도는 구글과의 일전을 위한 전력보강이자 동시에 불필요한 국지전을 피하겠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OL이나 페이스북같은 대안세력을 끌어안는 쪽으로 전략을 급선회했는지, 아니면 야후를 끌어안기위해 고도의 협상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겠다.

어찌됐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결전은 점점 더 가까워오고 있다.


김상범블로터닷넷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