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와인 글라스 메이커 리델가 11대손 막시밀리안 J 리델와인 테이스팅 행사 위해 첫 내한… 글라스에 따라 오감이 변화하는 '마술' 선보여

“와인 잔을 바꿔 가면서 와인을 마셔 보세요. 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겠죠.”

세계적인 와인 글라스 메이커의 명가 리델의 11대손 막시밀리안 J 리델씨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와인 글라스 테이스팅을 위해서다.

와인 테이스팅이라면 와인을 바꿔가며 각각의 맛을 음미하는 행사. 글라스 테이스팅은 말 그대로 유리잔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의 맛을 비교하는 자리다. 아직 일반에 익숙치 않은 용어이지만 국내 호텔 및 와인 관계자 100여명만이 그의 강의에 참가하는 기회를 누렸다.

“아무 잔에 따라 마셔도 그 맛이 그 맛 아니야?” 와인을 어느 잔에 따라 놓든 마시는 사람의 입맛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 만은 결과는 예상 밖이다. 똑 같은 와인인데도 어떤 와인 잔을 쓰느냐에 따라 신기하게도 맛이 달라진다. “지금 마신 와인을 다른 잔으로 옮겨 마셔 보세요. 맛과 향, 느낌이 달라지죠!”

리델은 모차르트가 태어나던 1756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또 다른 명작으로 꼽힌다. 와인 잔 하나로만 250년이 넘은 역사와 독보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명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시골 쿠프스타인에 공장이 있고 직원 수는 300여명에 불과하지만 2005년 매출액만 1,5000억 여원에 달한다.

리델가의 후손으로서 장차 기업을 이어 받을 막시밀리안씨는 현재 미국 리델 지사장을 맡고 있다. 리델 5시리즈 잔에서 스템(줄기)없는 잔 시리즈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 현재 본사 사장인 그의 아버지 게오르그 리델은 3년전인 2005년 방한해 역시 글라스 테이스팅 시범을 보였다.

막시밀리안씨는 4가지 와인을 6~7개의 와인잔과 조합을 바꿔가며 오감이 변화하는 마술을 펼쳐 보였다. 결론은 “와인의 품종에 따라 와인 잔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잔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까요.”

일례로 카베르네 쇼비뇽 품종은 약간 길다란 비티스 카베르네 잔에, 화이트 와인인 샤도네이 품종은 몸이 넓고 길이가 짧은 비티스 몽라셰를 추천했다. 최고의 맛과 향을 내기 위한 글라스와 와인의 조합인 것.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도 “글라스가 와인 맛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역설한 바 있다.

왜 유리잔에 따라 맛까지 달라질까? “사람의 혀에는 쓴맛, 신맛, 단맛 등을 느끼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와인이 입 안 어느 부분에 먼저 닿느냐에 따라 맛도 다르게 감지됩니다.” 리델은 이런 원리를 반영해 글라스의 모양과 크기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글라스를 통해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그는 리델 글라스가 왜 비싼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해변에 있는 모래를 쓰지 않습니다. 알프스에 있는 규사만을 사용하지요. 워낙 비싼 원자재를 쓰는데다 열을 가하고 차갑게 식히는 과정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가지요.”

“와인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죠.” 그는 “와인 글라스에 따라서도 변화하는 와인 맛의 차이를 느껴 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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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