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테러와 자유주의


미ㆍ영 연합군이 바그다드에 접근한 5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군과 연합군 병사들은 꾸준히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진군을 계속 하고 있다. 이라크인들은 누가 그들을 해방 시킬 것 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고 라디오 연설을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왜 그곳에 갔으며 그곳에 어떤 나라가 들어서는가”에 대한 전세계의 의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뉴욕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으로 활약중인 프랭크 부루니가 쓴 그에 관한 평전의 제목처럼 ‘역사에 느린 걸음의 접근자’인가. 부루니는 2000년 부시의 대선 시작부터 9ㆍ11 직후까지 그를 추적, 취재한 기자다.

부시를 역사에의 완보자(緩步者)로 본 것은 “그는 역사책 읽기를, 지금을 과거와 비교 하기를, 미래를 내다 보기를 무척 좋아하며 깊이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의 걸음걸이는 머뭇거리지는 않으나 느리다”는 인상을 1년을 넘는 추적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부시는 힘만 넘치는 게 아니라 능청도 제법 떤다. 소위 반보수적 기자들의 편견을 말하고 싶을 때는 버너드 골드버그(전 CBS기자)의 ‘바이어스(편견)- 어떻게 CBS의 내부 실력자들이 뉴스를 훼손시키는가’라는 책을 흔들며 헬기에 타기도 했다.

또한 아프간 전쟁으로 국방부, 국무부, 장군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 부시는 존스 홉킨스 대학 전략학 교수 에리올 코헨이 쓴 ‘최고 사령관-전쟁 중일때 군인, 정치인들과 지도력’을 들먹이며 “휴가 중 읽겠다”고 해 자신이 전쟁의 최종 결정자임을 은근히 비쳤다.

그럼 부시는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어떤 책을 읽었다고 해야 했을까. 바보 같은 물음에 그에 맞는 대답일지 모르겠다. 부시 대통령은 3월말에 나온 벌먼의 ‘테러와 자유주의’를 읽고, 그 속에 “내가 생각하는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의 체포, 제거 이유가 좀 어렵게 표현되어 있다”며 좌파적 자유주의자들의 그의 대 테러 전쟁 지지에 감사해야 한다.

폴 벌먼은 미국의 진보주의ㆍ자유주의 평자들 사이에 꽤나 알려진 저널리스트며 문화 비평가다. 그는 1999년 ‘두 유토피아 이야기-1968년 세대의 정치적 여정’을 써서 이름을 얻었다. 이 책은 유럽 및 미국에 불기 시작한 뉴레프트 운동에 대한 결과와 그 주도세대의 영향력을 평가한 것이다.

벌먼은 2001년 무역센터가 허물어지는 것을 브루클린에서 지켜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는 브루클린의 이슬람에 대한 전문서점에서 1960년대 세이드 키타브(이집트의 회교학자)가 발행하던 ‘이정표’라는 회교교리에 관한 잡지를 몇 권 샀다. 그가 쓴 15권의 성전(聖展)해설서에 나오는 코멘트는 섬뜩한 것이었다.

“오늘날같이 이슬람을 타락 시킨 것은 1921년 터키의 게말 아말투르크의 칼리프국가(마호메트의 후계자들이 왕으로 지배하는 신권국가)를 공화국으로 바꾸면서다. 인간은 모두 신앞에서만 평등하며 모든 법은 신이 만든다. 인간이 일상의 일을 하면서 신이 지키려는 일은 할 수는 없다.”

“사원은 신의 법을 집행해야 하며 신도의 밥 먹는 것에서부터 결혼하기, 옷 입기까지 모든 것을 지도해야 한다. 종교와 정치나 군사는 분리 될 수 없다.”

“내가 미국을 싫어 하는 것은 정교일치를 저버린 자유사회라는 점이다. 그런 사회가 의식과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신에게만 매달린 이슬람에게 스며들까 두렵다. 이슬람을 지키기 위한 청년전위대가 있어야 한다.”

그가 죽고 난후 3,000명의 ‘회교 형제단’은 전위대로서, 테러리스트로서 자라났다. 그의 정치사상은 나치주의에 가까웠다. 2차대전의 와중에 이라크는 나치의 편에 섰고, 1968년 쿠테타로 바트 당이 집권 했을 때 그들은 정교일치 국가사회주의당인 바트스트였다.

빈 라덴은 키타브 동생에게서 교리를 배웠고 9ㆍ11 이후 최초로 내보낸 비디오 연설에서 키타브의 주장을 속 깊게 털어놨다. “우리 이슬람은 80년전(1921년 게말의 쿠테타)부터 괴로움을 당했다. 우리는 옛 제국을 건설한다”고 했다.

벌먼은 그의 책에서 여러가지 주장을 하지만, 미국인으로써, 문화문명 비평가로써 자유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책을 썼다. “자유주의라는 것은 생(生)이라는 덩어리를 여러 쪽으로 쪼개 적합한 곳에 놓는 것이다. 하느님은 하늘의 일을 맡고 교회에서 목사는 경찰을 불러 축복이나 저주를 해서는 안 된다.”

벌먼은 그의 책 마지막에서 부시의 이라크 공습 시작 때의 발언과 똑같이 결론 내리고 있다. “반 허무주의자들은 자살이나 살인이나 똑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러가 반자유적이라면 다른 이들을 위한 자유는 바로 우리를 위한 것이다. 우리 다른 이들의 자유를 위해 나가자.”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3-09-30 15:29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