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부시와 노무현


생애 처음으로 미국에 가는 노무현 대통령을 미국 언론의 평자들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의 군사행동도 고려 않는 지도자”로 요약 하고 있다. 덧붙여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중도좌파의,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집권 2개월이 넘은 대통령”으로 평가 하고 있다.

그가 만나는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월 들어 적잖은 괴로움을 겪고 있다. 5월 1일의 항공모함 애이브러햄 링컨호에 해군1호 전투기로 내린 조종사 복장에 소위 자유주의 언론들이 재선 운동을 위한 상징조작이라고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파의 거물인 전 하원의장 깅그리치가 “국무부는 6개월 동안 미국 국익을 망쳤다. 국방부는 1개월 만에 이라크에서 승리했다”고 언급하자 자유주의 언론이 “부시는 어느 편이냐?”며 비아냥 대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보수, 신보수 계열의 언론들은 파월 장관을 “이리저리 난국(難局)을 미끄러져 피해가는 장관”이라며 용퇴를 주장했다. 이에 맞서 주간 ‘네이션’ 등 자유언론파들은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반평화장관”이라며 비난하며 “물러나라”고 쓰고 있다.

이런 때에 노 대통령의 워싱턴 찾기를 중립적인 국제문제 칼럼니스트들, 미국 대통령 역사 연구가, 몇몇의 작가들은 기대 속에 바라보고 있다. 첫번째로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짐 호아그랜드가 “노 대통령의 5월 방문에 기대가 높다”는 칼럼을 썼다.(5월 4일자)

“노 대통령이 당면한 문제는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군의 세계 재배치에 있어 북한과 근접한 전선에 주둔중인 3만7,000명의 주한 미군이다. 럼스펠드는 미군을 전선에서 더 남쪽으로 내리려 한다. 서울의 분석가들은 이런 재배치는 평양이 그 이유를 잘못 해석 할수있게 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약화시키고 북한 공격을 위한 배치처럼 오해해 전쟁의 도화선이 될수있게 한다”고 분석했다.

호아그랜드는 1968년 뉴욕 타임스 사건기자에서 출발, 워싱턴 포스트로 이적한 발로 뛰는 기자 출신. 워싱턴 포스트에서 특파원 등을 지내다가 논설위원을 거쳐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핫 그래험(2001년 9월), 주필 매그 그린필드(1999년 5월 )와 함께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카다피, 고르바초프 등을 인터뷰 했고 두 차례 퓰리쳐 상을 탔다. 중립적이며 약간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결론 내리고 있다. “서울과 베이징의 새 지도자는 미묘한 국내 상황속에 조용함(평화)을 워싱턴과 공동의 터 위에서 찾고자 기대 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시간을 벌기 전에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해야 한다. 아직도 요동중인 세계 정세속에 미국은 인내심, 외교, 조심스런 행동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그의 분석이 들어맞았는지 베이징은 북한 핵문제 실무책임자 왕이 외교부 부부장을 10일 저녁 방미 준비에 바쁜 서울에 보냈다. “노 대통령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대화를 통한 평화 해결, 미국의 북한 안전 보장을 바라고 있음을 전해달라”는 메시지를 갖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예측해서 였을까. 1993년에 ‘조지 워싱턴과 새 미국’이란 평전을 1993년에 쓴 역사가 리처드 노튼 스미스는 깅그리치 발언으로 생긴 파월과 럼스펠드의 갈라진 틈새에 역사의 해부 칼을 들이 댔다. 워싱턴, 후버, 레이건, 포드 등 4명의 대통령 도서관 관장을 지낸 스미스는 “부시는 누구편인가”라는 기고문(5월 7일자 뉴욕 타임스)에서 부시가 방미한 노 대통령에게 전할 북한 핵에 대한 언급을 통해 누구 편인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지 워싱턴이후 여러 대통령 아래 여러 장관이 서로 틈새를 벌였지만 장관은 장관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모든 결정을 한다는 전제에서 분석에 나섰다. 초대 대통령때 제퍼슨 국무장관과 해밀턴 재무장관의 친불(親佛), 친영(親英)싸움을 싸움으로 그치게 한 것은 워싱턴이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봤다.

그는 역사가로써 결론 내리고 있다. “부시는 화를 돋구는 북한의 핵 문제, 유엔의 장래 등에 대해 모처럼 가닥을 잡은 중동문제가 후퇴 없이 계속되는 방향에서 처리 되도록 누구의 편을 들지 않고 스스로 결정 할 것이다. 그는 언론의 편들기를 단연 배격하고 스스로 이중 한 문제를 결정할 것이다. 자유주의니 신보수주의니는 그들 나름의 이야기로 남게 할 것이다.”

그는 현재 럼스펠드가 득세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연구에 의해 나온 미국식 대통령제 하에서 득세 장관은 없다는 것이다. 부시는 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이야기 할것이며 부시가 몰두중인 것은 중동의 역사 만들기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부시가 체니나 럼스펠드의 영향을 벗어나 두 사람이 “모든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었다고 분석했다.

부시는 북한이 핵을 보유했고 이미 재처리하고 있다는 보도에 “북한이 우리를 자극해 강경책을 유도하려 한다. 북한은 굶주리고 있다. 플루토늄으로 밥을 먹을 수는 없다”고 코멘트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호오그랜드와 스미스의 분석과 예측대로 북한 핵을 협상의 대상으로 우선 삼고, 노 대통령이나 후진타오 주석의 우려와 기대에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 준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3-09-30 15:31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