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속(續)힐러리 vs 커틀러


미국은 핵무기를 지닌 북한을 사전에 공격해 김정일 정권을 교체 시킬까? 또 조지 부시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정일체제를 반대하는 북한 망명단체인 조선민주통일 구국전선 공동의장 박갑동(전 남로당 총책 박헌영 저자)씨가 최근 미외교정책 위원회 주최 세미나에서 행한 연설이 실현될까?

박씨는 세미나에서 주장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사전 공습 효과를 보면 미국이 북한을 정밀 공격할 경우 김정일은 3일도 못 버티고 중국으로 달아난다. 많은 북한인들은 북한을 구할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을 증오하는 선전 벽보는 소수의 북한인만이 김정일을 지지할 뿐이라는 점을 대변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어떤 행동으로도 김정일 정권을 바꿀 수 없다. 미국의 정밀 선제 공격만이 그가 중국에서 은신처를 찾도록 할 수 있다. 김은 겁쟁이고, 정권이 무너지면 북한군은 싸우지 않을 것이다.”

좀 엉뚱한 답변이 될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 이 칼럼에 등장한 힐러리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는 발매 한달만에 1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커틀러의 ‘반역’은 뉴욕 타임스에서 논픽션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판매는 멈춘 상태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는 베스트셀러 2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커틀러가 미는 부시 대통령의 대국민 지지도는 CBS 방송이 7월8~9일 74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5월의 69%에서 60%로 떨어져 지난해 9ㆍ11 뉴욕테러사건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게다가 미국은 이제 공격을 받기 전까지는 사전공격을 말아야 한다는 답변이 53%에서 58%로 늘어났다.

반면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는 언제든지 사전 공격해야 한다는 답변은 39%에서 33%로 줄었다. 독재자를 제거해 민주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데에는 겨우 19%가 찬성했다.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요구는 61%나 됐다.

또 한번 엉뚱한 비교를 해본다. 힐러리와 커틀러의 책 속에 나오는 남북한, 한국전쟁에 관한 내용은 얼마나 될까. 힐러리 책에는 12~13 줄 정도 나온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핵합의 후 중간선거를 앞둔 95년 9~10월께를 표현한 대목이다. “우리는 합의 후에야 북한이 한반도에서 무력이 발생할 때에만 이를 파기할 수 있음을 알았다. 만약 이런 합의가 없었다면 2002년까지 핵무기를 12개 정도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플루토늄 공장을 가동시켜 여러 나라에 치명적 무기를 팔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여론은 제네바 합의의 효과를 무시했고 클린턴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졌다. 중간선거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지원 유세를 거절할 정도였다. 그래선지 힐러리의 회고록에서 북핵 문제는 사라지고 하와이 전몰 묘지를 돌아보며 한국전쟁의 희생자를 생각했다는 대목이 한 줄 더 나온다. 또 96년 보스니아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미군을 위로하는 대목에서 “한국의 DMZ가 최초의 유엔평화군의 산물”이라는 것이 추가됐다.

그러나 커틀러의 책에는 ‘북한-자유주의자들의 항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장(章)에 12쪽이나 나온다. 그녀는 주장했다. “자유주의자인 민주당의 클린턴은 ‘북한과 맺은 거대한 발걸음(제네바 합의)이며 외교적 승리를 후계 정부에 물려주었다’고 자랑했지만 그건 북한의 계략에 빠진 ‘반역’이었다. 부시가 2002년 1월 ‘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국정연설을 하자 자유주의자들은 머뭇거렸다. 그러나 올해 이라크 공격이 가까워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또 한번 ‘반역’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북한 우선협상론이다. 케네디는 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의 핵개발 시인(2002년 9월)까지 두 차례 북한에 관해 의회 연설을 했다. 한번은 북한 난민의 인권에 관한 것(2002년 6월)이고 다른 한번은 국방부 기획차관보 인사청문회(2001년 5월)에서다. 케네디는 그 때 “매파적 발언은 미국과 한국을 두려워 하는 북한을 도발케 할지도 모른다”며 부시 정부의 대북 자제를 촉구했다.

그런 케네디가 이라크 공격 1주일을 앞두고 CNN에 나왔다. “오늘날 우리가 지켜봐야 할 일은 북한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핵을 생산해 왔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 북한과 핵 문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커틀러는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케네디 형이 미국 자유주의자들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동서 냉전 50년 동안 보여준 자유주의자들의 행태였다.

그녀는 극명하게 마무리 지었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다른 점은 뚜렷하다. 보수주의는 하느님이 사람을 창조했다고 믿는 사림이다. 자유주의자들은 그들 자신이 신임을 믿는 사람이다.”

힐러리는 자유주의자다. 커틀러는 보수주의자다. 힐러리의 책이 커틀러 책보다 많이 팔리면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은 어렵다. 부시의 재선도 어렵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3-09-30 15:35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