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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숨막히는 경제환경


외환위기 당시 IMF의 한국 담당 국장을 역임한 허버트 나이스 도이체은행 부회장은 우리의 노사분규와 관련, “한국의 노동조합은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6월14일 다시 방한한 나이스 부회장은 “군사정권 시절에 시작된 한국의 노조 역사는 비교적 역사가 짧다”며 “노동 조합이 개혁에 맞서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임금 인하와 실업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충분한 ‘학습 시간’과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문제가 참여정부의 기대대로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수사(修辭)다.

노조를 지켜보는 경영진의 마음은 조급하다. 경영자들은 모였다 하면 대통령의 리더십과 노사 문제가 화제로 떠오른다. 특히 “정부의 노사 정책이 너무 노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친노(親勞) 정책에 대한 푸념이 쏟아진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주5일 근무제과 임시직 문제. 이 문제들이 경기침체 속에서 노동계의 ‘판정승’으로 끝날 경우 생산성 저하와 막대한 경영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두산 중공업과 철도 노조 사태, 물류 대란 등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이 문제들이 어떻게 결말날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단위 노조별로 이뤄지는 단체협약이 지연되고, 자칫 총파업 사태로 비화할 경우, 기업 경영은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라고 경영진은 우려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암운의 전주곡은 이미 시작됐다.

전국금속노조가 7월2일 총파업 돌입 방침을 천명하고 현대차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결렬을 선언했다. 노동계가 투쟁을 향한 깃발을 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 강행 반대, NEIS 중단, 주5일제 근무, 비정규직 문제 등도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하투(夏鬪) 수준을 넘어 노정(勞政)간의 격돌로 비화될지도 모른다.

경제계 어디를 둘러봐도 꽉 막혀 있다. 이 답답함을 뚫어줄 청량제는 없을까. 불행히도 우리에겐 ‘학습 시간’마저 충분하지 않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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