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경제냐? 문화냐?" 스크린쿼터 갑론을박


○… “시작은 창대했는데….” 3년 전 이맘때가 벌써 아스라하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통일의 꿈은 오간데 없다. 핵 문제로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고, 비밀 송금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상 회담은 순수성 마저 의심 받고 있다.

16일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검에 출두했다. 15일에는 6ㆍ15 남북 공동선언 3주년을 기념하는 ‘한반도 평화촉구 국제대회’가 조촐하게(?) 열렸다. 행사 내내 비는 왜 또 그렇게 줄기차게 내렸는지.

○…SK글로벌과 조흥은행. 연초부터 한국 경제의 ‘악동’이었던 두 기업의 처리 문제는 어딘가 닮았다. 한쪽(정부나 채권단)의 강경책에 다른 한쪽(주주나 직원)은 ‘음모론’ 카드를 꺼냈다. 지난 주 두 기업 처리가 급물살을 타자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배임죄 소송(SK㈜) , 전 직원 사표(조흥은행)….

보기에 따라 해석도 다르다. 진짜 권리를 찾는 것일 수도, 혹은 편협한 기득권 옹호를 두고 힘없는 자의 권리 쟁취라고 포장한 것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선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권리라는 미명 아래 절차적 타당성 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부나 채권단이 음모를 꾸미는 건지, 아니면 주주나 직원들이 역음모를 도모하는 건지. 두고 봐야만 하나.

○… 스크린 쿼터를 놓고 불협화음이 심상찮다. 문화계에서는 “문화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절대 양보는 안 된다”고 하고, 재계에서는 “더 큰 국가 경제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한다. 갑론을박의 파고는 높아만 간다.

“친미 경제관료들이 제 2의 을사보호 조약을 맺으려 한다”고 몰아 붙이는가 하면 “영화인들의 집단이기주의가 한ㆍ미 투자협정(BIT)을 가로막고 있다”며 맞받고 있다. 분명 참여 정부란 둘이 아닐텐데, 정부 내에서 조차도 목소리가 엇갈린다. 도대체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 지….

입력시간 : 2003-10-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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