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두 얼굴의 8·15


○…‘반미(反美)-반전(反戰)’vs ‘반핵(反核)-반김(反金ㆍ반 김정일).

우려했던 대로 올해 광복절은 여지없이 둘로 쪼개졌다. 자유시민연대, 재향군인회 등 보수 단체들은 서울 시청 앞에서‘반핵 반김 8ㆍ15 국민 대회’를, 통일연대, 전국민중연대 등 진보 단체들은 종로에서‘반전 평화 8ㆍ15 통일 대행진’행사를 각각 열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등은 시청 앞 대회에,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은 평양에서 열린 평화와 통일을 위한 8ㆍ15 민족대회에 참석했다.

좌ㆍ우익으로 나눠져 찬탁 대 반탁으로 부딪쳤던 해방 정국으로 시계 바늘이 되돌아가기라도 한 것인가. ‘역사는 나선형으로 반복된다’는 말은 이 땅에서는 과연 어느 정도로 맞는 것인지….

○…청와대 비서실 인사 및 조직 개편이 내부 인사 자리 바꿈으로 낙착됐다. 말 그대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번 기회에 밥상을 새로 차리지 않겠느냐”는 상당수 국민의 기대 섞인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 간 셈.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는 뜻인가?

○…사회 전 분야에서 빚어지고 있는 보혁 갈등에 예외는 없는가 보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 싸고 마침내 법조계도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진보 성향의 판사들은 “연공서열 위주의 인선으로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며 집단 사표 제출과 대법원장 퇴진 요구까지 들고 나왔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고 보니, 보수 성향의 부장 판사들도 “말 없는 다수들이 움직일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아마도 국민뿐 아니라 법관들도 ‘판결로만 말하지 못하는’오늘의 상황이 안타까울 터.

입력시간 : 2003-10-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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