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진짜 개구리'된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야성(野性)’이 가장 강할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는 시기다. ‘깽판’ ‘개XX’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절대 하야하지 않는다’ 등. 이 때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품위나 격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라며 날을 세워 비판했고 언론도 이에 동조하곤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도 수위를 넘어서면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대표적인 예가 8월22일 한나라당 당직자회의에서 김병호 홍보위원장이 느닷없이 들고 나온 노 대통령과 개구리의 공통점 5가지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겨냥해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지저대며 가끔 슬피 운다”고 했고, 박주천 사무총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생긴 게 똑같다”며 거들었다. 아무리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를 전했다지만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나 다름없다.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만들어야 국민적 카타르시스가 일어날 것으로 지레 짐작했는지, 아니면 공격 수위가 이 정도는 돼야 반노진영에서 “잘했다”고 박수라도 보낼 것으로 기대했는지 답답하다.

당장 당내에서부터 비판이 들끓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을 파리나 바퀴벌레 등에 비유하는 유머가 나돌기 시작했고 언론사로는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독자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노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이 40%안팎으로 역대 정권 초기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나머지 60%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거부감을 갖거나 비판하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바람직한 야당 역할도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도 바쁜 터에 한가하게 국가 원수를 사실상 모욕하는 비방이나 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일제 강점기에는 지하에서 투쟁하는 독립군 전사들에게, 독재정권에 시달릴 때는 대여 강경투쟁에 나선 야당에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대를 걸어야 할 대상조차 사라진 것 같아 선량한 국민만 불쌍해 보인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0-06 09:55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