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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설화 정권에 설화 장관들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언제나 노 대통령의 언행부터 문제삼는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중간에 하야하지 않는다” 등 자신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엿보게 하는 말에서부터 정국과 관련한 각종 돌출 발언 및 말 뒤집기 행태 등은 반노(反盧) 진영의 좋은 공격 포인트가 되곤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측근들은 노 대통령에게 “말 좀 아끼시라”며 몇 차례 진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노 대통령의 입에서 점화되는 소란은 조금 줄은 듯 하다.

그런데 이젠 그 밑에 있는 분들 차례인가 보다. 그것도 코드가 딱 맞는 각료들부터 슬슬 시작하는 것 같다.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사퇴전 “쓰레기 정치권”이란 말로 빈축을 샀고, 권기홍 노동과 김화중 보건복지 장관도 각각 해당 업무와 관련한 성급한 언행으로 내부에서부터 제지를 받았다. 얼마전 최낙정 해수부 전 장관의 경우는 무리한 ‘노비어천가(盧飛御天歌)’와 교원 비하 발언으로 아예 옷을 벗었다. 이쯤되면 거의 ‘설화(舌禍) 정부’ 수준이다.

‘설화 장관’의 하이라이트는 강금실 법무장관. 최근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태풍 매미의 북상직전 한가롭게 제주에서 골프를 즐긴 것을 언론이 질타하자 “장관이 골프 친 것을 왜 그렇게 기사를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 태풍 오기 전에 친 게 문제가 되나”며 오히려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어떤 실책이라도 눈감아 주자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에 다름 아니다.

이어진 강 장관의 2탄은 국가적 최고 관심사로 떠오른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 관련물. 강 장관은 “설사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겠나. 그보다 더한 정치국원 이상의 인사들도 왔다갔다하는 판에…”라며 사법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당장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수사가 진행중인 피 조사자의 법적 처리결과를 미리 제시하고 오히려 두둔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주류를 이뤘다.

결국 노 대통령은 엄중 수사를 강조했고,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 이 문제는 실정법 적용 쪽으로 무게가 옮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강 장관의 발언은 반대 측으로부터 송씨에 대한 배후 세력설은 물론, 정권 차원에서의 입국 기획설에 대한 단초로 부각되고 있다. 지는 게임에 뛰어 들어 애써 긁어 부스럼만 만들어준 셈이며, 강 장관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진 계층마저 등을 돌리게 되는 손해만 본 것.

현 정권의 실세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할 말과 안 할 말, 해야 할 말과 할 필요가 없는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침묵은 금’이라고 했는데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말 아닌가.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 2003-10-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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