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宋斗律교수를 못만났지만…


박만 서울지검 1차장은 10월 17일 8차 조사를 끝낸 송두율 교수 사건에 대해 말했다. “송 교수가 북한에 들어갈 때 ‘통과 의례’로 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주장을 계속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참회의 강도가 셀수록 처벌 수위도 그만큼 내려 갈 것이다.”고 했다.

이날 송 교수는 ‘국민 여러분과 사법 당국에 드리는 글’에서 “그 동안 남북의 화해자를 자처하며 써온 ‘경계인’이라는 표현이 회색분자로 오해를 받는다면 더 이상 사용 않겠다”고 썼다. 전국 대학교수 225명은 이날 “학문적 실천은 오직 학문의 논리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대표 중 한명인 전남대 철학과 김영현 교수는 밝혔다.

“송 교수가 조금 편향된 것이 있다는 것은 인정 할 수 있다. 아마도 남한 사회의 학문을 몰라서 그럴 수 있다. 나는 8년간 독일에서 송 교수에게 사회학을 배웠다.

그는 학자이다. 혁명이나 스파이 노릇을 하는 간첩이라는 이야기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다.” 박만 차장은 이에 대해 “송 교수의 ‘반성’을 좋게 보는 사람과 나쁘게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말없는 다수’(다른 학자)들도 있음을 감안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 등은 그를 지켜본 ‘말없는 다수’가 그 동안 언론에 펼친 주장을 경청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인호 전 서울대 교수(전 러시아대사)는 동아일보에 쓴 ‘참된 지식인이라면’이라는 칼럼(10월12일자)에서 “송 교수(서울대 철학과 1967년)와 그를 둘러싼 ‘지식인’에 대해 수치감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송두율과 김철수라는 두개의 마스크를 갈아 쓰며 살아왔던 가련한 지하공작원의 모습은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자. 진정으로 걱정스런 것은 그를 통일운동의 이론적 대부로 영웅시 하다가 그의 공산당원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지켜보고서도 아직까지 그의 행태를 변호하고 있는 일부 지식인들이 드러내는 지적 도덕적 혼미다” 며 한국의 ‘일부 지식인’을 책망했다.

울산대학 석좌교수며 한국일보의 60년대 베를린 특파원이었던 최정호 박사는 ‘유럽의 좌파와 한국의 좌파’라는 칼럼(동아일보, 10월15일자)에서 독일에서 공부한 송 교수등의 ‘미심쩍은 얘기’들을 적시했다.

지난 호 ‘어제와 오늘’에 나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박호성 교수(서강대 정외과)의 “송 교수의 이념적 위상은 독일 사회민주당 중도파 수준”이라는 평가에 대한 ‘미묘한’ 해석을 지적한 것이다. 최 박사에 의하면 2차 대전후 38선에서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소련의 소비에트화 운동은 똑같은 전략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

극우 세력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도우파에서 좌파에 이르는 세력을 ‘민족전선’으로 함께 묶어 인기없는 공산당과 온건좌파 정당을 합쳐 새로운 당을 만들고 공산당이 주도권을 잡게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북에서 공산당과 신민당이 합당, 북조선 노동당이 된 후인 1946년 11월 공산당, 신민당, 인민당이 합당해 남조선 노동당이 됐다. 남로당, 북로당이 합쳐 북한 인공을 수립해 1950년 남침전쟁을 일으켜 한반도에서 좌파라면 극좌파건 온건좌파건 초록이 동색이 되었다. 이런 노동당에 입당한 사람을 독일 사민당의 중도파로 볼 수 있을까”하고 박교수의 ‘미묘한 평’에 대해 묻고 있다.

대답이 될런지 모르겠다. 송 교수, 박 교수, 김 교수에게 2001년 2월에 나온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1982년 서울대 철학과 졸, 독일 뷔르츠브르크 철학박사)의 ‘하이데거와 나치즘’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하이데거는 1933년 프라이브루크 대학총장이 된다. 총장 취임 때 행한 대학생들의 ‘노동봉사’, ‘국방봉사’, ‘지식봉사’ 발언 때문에 그는 종전 후 1951년 교수직에 되돌아오기까지 나치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1950년 3월 동료교수였던 야스퍼스(하이델베르크대 교수)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가 1933년 이래 당신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는 당신의 부인이 유태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부끄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야스퍼스는 하이데거의 ‘부끄러움’을 나치 참여로 인한 죄책감으로 받아들였다. 야스퍼스는 “그러한 고백과 함께 하이데거 당신은 나치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해 서로 부끄럽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우리의 공동체에 다시 속하게 되었습니다”고 답신했다.

이번 서명에 참가하지 않은 박 교수의 철학과 선배인 송 교수는 후배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송두율과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집필할 의향이 없는지’를. 그리고 그 책, ‘하이데거와 나치즘’을 읽기를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3-10-21 15:38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