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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위기의 LG, '돌파카드' 마련에 전전긍긍
'사면초가'에 다름없는 LG그룹 구본무 회장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기세가 등등했다. 늘 ‘1등 LG’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다녔다. 대우, 현대에 이어 최근 SK까지 경쟁자들이 줄줄이 휘청거리면서 지금이야말로 ‘만년 2위’를 넘어 1등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었을 터다.

고 구인회 창업 회장(할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아버지) 등 앞선 총수들이 보수적인 경영자였다면, 3대째 장자 상속으로 그룹을 물려받은 구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자라는 세간의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공격성이 화를 부른 것일까. LG그룹은 요즘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나로통신 인수전에서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으며 통신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수도 있는 처지에 몰리더니 검찰의 비자금 수사 1순위에 오르며 계열사(LG홈쇼핑)를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나아가 LG카드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현금 서비스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악재에 악재가 꼬리를 문 것이다. ‘1등 LG’라는 말은 자취를 감췄다. 1등으로 도약하기는커녕 앞선 재벌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룹 전체를 휘감고 있다.

구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첩첩 산중이다. 우선 당장의 급한 불은 LG카드의 정상화다. 채권단으로부터 2조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주)LG의 지분 5.46%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채권단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 52%와 구 회장의 연대보증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룹측은 “구 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은 것도 경영권을 내놓은 어려운 판단이었다”며 “연대 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개인 재산까지 모두 내놓으라는 모욕적인 요구”라고 반발한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금서비스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음모론도 흘러 나온다.

다급한 곳은 채권단이 아니라 LG다. 늦어도 주초면 결론이 나겠지만, 부도 직전까지 내몰린 처지에 LG카드를 살리려면 경영권이 아니라 그 이상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LG카드와 그룹의 운명, 나아가 구 회장의 운명이 함께 하게 되는 셈이다.

비자금 수사 역시 정면 돌파하기가 녹록치 않다. 검찰이 “걸리면 걸리는 대로 모두 수사하겠다”고 벼르는 마당에 ‘1순위’로 걸려 들었다는 것 자체가 심상찮다. 최악의 경우 최태원 회장, 손길승 회장이 줄줄이 사법 처리를 받은 SK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회장에게 2003년 11월은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1-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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