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김혁규 경남 도지사님께


김혁규 경남 도지사님께. 그 동안 경제가 좀처럼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도정을 수행하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오늘(15일) 김 지사께서 전격적으로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 타셨기에 몇 말씀 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먼저 서울 여의도 정가의 시각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김 지사가 열린우리당 입당 후 전국구 당선권에다 추후 개각에서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 등 요직 입각을 보장 받는 대신, 내년 총선에서 경남이나 영남권 선대본부장을 맡아 동남풍을 일으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관련 부도덕성을 질타하고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회견문 초안까지 김 지사가 마련했다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입당 결심을 15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밝힌 만큼, 적잖은 파장이 불 보듯 뻔합니다. 도내 일부 단체장의 동반 탈당과 열린우리당 입당, 총선 출마 예정자의 연쇄 이동,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 등의 수순이겠죠.

물론 김 지사가 탈당 결심을 굳히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줄로 압니다. 하지만 김 지사가 어떠한 탈당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철새 정치인’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명분도 좋지만 신의와 원칙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의혹마저 남습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여권에서 잇딴 러브 콜을 받을 때마다 당적 변경을 강하게 부인해 오다, 탈당을 결행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여권의 보이지 않는 탄압이나 회유가 있지는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배은망덕한 처사라는 지적도 정가에서 나옵니다. 김 지사가 민선 경남지사 3차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과연 김 지사 개인의 능력 때문이었을까요? ‘한나라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라는 지역 정서의 후광 덕분은 아니었나요?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당적 변경에 선뜻 동의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여권의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을 물어뜯을 김 지사의 모습을 떠올리면 ‘배신의 극치’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내심 차기 대권 도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김 지사의 당적 변경이 향후의 정치 행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국민들은 지켜 볼 것입니다.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3-12-17 10:20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