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강준만과 노무현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리멤버(Remember) 1219’.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 공원 개최된 행사에서 한 말들에 대해.

그가 줄곧 수구언론으로 비평하는 조선일보는 “시민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노사모 다시 나서 달라”고 1면 톱으로 썼다. 그가 또 다른 수구언론으로 지목하고, 그 자신 한때 기자였던 중앙일보는 5면에 대선 1주년 특집면을 만들었다. 노 대통령의 참석은 “총선 앞으로의 출정식”, 그가 한 연설의 요지는 “다시 한번 시민혁명 하자”였다.

그가 매주 화요일 마다 ‘쓴소리’ 칼럼을 쓰고 있는 한국일보는 “노사모 회원 다시 한번 나서 달라”, “盧 발언 총선 개입 논란”이라고 1면 왼쪽 아래에 보도했다.

그는 전북대 언론학부 교수인 강준만 교수(47)다. 그는 11월 21일에 나온 사회비평지 ‘오버 하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했다. “일개 유권자의 자격으로 열렬히 노무현을 지지했던 나 같은 사람, 내년 총선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1년 전의 대선 승리가 있기 전인 2001년 4월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민주당 후보경쟁이 벌어진 때인 2002년 5월에는 ‘노무현과 자존심’을 냈다. 두 책은 노무현 후보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노 대통령 당선 후 그는 세권의 책을 또 썼다. 지난 7월에 나온 ‘노무현 죽이기’이어 8월에 나온 ‘노무현 살리기’, 그리고 대선 승리 1주년을 앞두고 ‘오버하는 사회’를 냈다.

그는 월간지 ‘인간과 사랑’의 발행인이요, 집필자다. 그는 “하루에 2백자 원고지 20장씩, 한달에 600장을 일기 쓰듯 쓴다”고 한다. 이런 그의 일기 쓰기는 ‘죽이기’, ‘살리기’의 원료가 되었고 ‘오버’는 노무현 캠프 안팎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일보 12월 16일자 ‘도박’논쟁)

그의 출판사의 리뷰에 의하면 1995년 ‘김대중 죽이기’를 써 문명(文名)을 얻고,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듯이 ‘노무현 죽이기’로 또 한번 ‘킹 메이커’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살리기’는 ‘죽이기’의 속편이다고 자평했다. 그의 책을 읽은 어느 독자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의 속편이 더 재미 있듯이 ‘죽이기’의 속편 ‘살리기’가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이 속편에는 그가 공격하는 조선ㆍ중앙ㆍ동아에 실린 노무현에 관한 기사와 칼럼의 집필자에 대한 “발랄하고 어느 면에선 날카로운 직언직설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

문제는 ‘오버’에 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한 것은 너무나 많다. ▦ 언론의 오버 ▦ 삶의 오버(사회, 교육의 면) ▦ 세계화 오버(경제면) 등등. 특히 정치 오버는 조그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거센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출판사는 ‘오버’를 요약하고 있다. “이 정권은 노 정권 실세들만의 것이 아니다. 공명심에 사로잡힌 이들의 ‘인정욕구’는 지금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신당참여 및 지지여부 하나로 우리 사회를 ‘개혁’ 대 ‘반개혁’, ‘지역주의 타파’ 대 ‘지역주의 기생’ 세력으로 양분하고 있으며, 아군이 될 수 있는 사람에게까지 가차 없는 폭력을 일삼고 있다”며 ‘우리당’과 민주당의 이별을 서러워 했다.

이 서글픔의 결과가 더욱 비극이 될 것 같다며 그는 요약했다. “열린 우리당의 민주당 고사작전과 민주당의 복수극은 한편의 처절한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열린 우리당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대부분의 의석을 사실상 한나라당에게 헌납했다는 걸 알면서도 민주당 만큼은 고사시키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있고 민주당은 분당에 따른 배신감에 몸을 떨며 급기야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비극을 연출하고 말았다.”

그는 “‘오버 하는 사회’의 ‘오버’를 문화일보 7월 25일자 김영범 기자의 ‘오버하는 사회:욕망-좌절-자폭의 악순환 고리’에서 따온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김 기자는 “한국사회가 오버(over)하고 있다. 좁게는 개개인에서부터 넓게는 국민통합이 목표가 되어야 할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전반이 끓어 오르고 있다”고 썼다.

그 또한 ‘오버’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김 기자에 앞서 국민일보 김호경 기자는 6월 25일자에 한나라당의 우왕좌왕에 대해 썼다 “한나라당은 중심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적, 즉 여권을 상대로 총력투쟁을 벌이는 방법으로 내부를 잠재우는 측면이 있다. 이회창 전 총재가 있으면 오히려 노 대통령 하야 운운하며 ‘오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비평과 옹호를 왔다 갔다 하는 중간주의자라고 평한다. “중간이란 노무현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평가’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그는 7월 3일에 있은 추미애 의원의 발언을 듣고 노 대통령에게 권고하고 있다. 추 의원은 “내가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 당을 버린 것이다”고 말했다. “노무현이 꿈꾸고 있는 비극의 드라마(민주당 분당, 신당 창당)는 종영 되어야 한다. 노무현(盧武鉉)은 추미애를 즉각 만나야 한다.”

하루 600만부를 내는 조ㆍ중ㆍ동과 한달 600장 원고로 싸우는 강준만 교수를 노 대통령은 ‘시민혁명’을 이루려면 즉각 만나야 한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 2003-12-23 11:27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