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북파공작원 냉정한 진실접근 필요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 ‘실미도’는 궁금증을 부추겼다.

북파공작원은 그 동안 일반인들에게 철저히 잊혀진 존재였다. 과거에 있었고 어쩌면 현재도 있는지 모르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었다. 미국의 CIA나 러시아의 KGB하면 왠지 폼도 나고 뭔가 긴박감도 느껴지는데 북파공작원에 대한 느낌은 이와는 상반된다. 전과자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 붙어 꺼림칙하다.

주간한국의 ‘실미도의 진실’이란 기사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 인간병기로 되는 과정에서 심신이 피폐해져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후유증으로 움막 생활을 하고, 전과 기록만 늘었다’는 구절을 봐도 그렇다.

잊혀진 존재였기 때문에 사회의 낙오자, 즉 전과자가 됐다는 식의 논리는 그래서 그들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특수 임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처우를 받지 못했다면 국가는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겠지만, 터무니없이 영웅시하는 감정적인 접근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김영훈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기러기 아바의 비애

미국으로 조기 유학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자식을 지옥에서 탈출시켜 주자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교육지옥’에서 넓고 자유로운 세상으로의 탈출이다. 다른 하나는 자식에게 경쟁력을 길러 주자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영어 하나 제대로 하면 밥은 굶지 않는다는 경험에, 부모는 무슨 고생을 하더라도 자식을 미국으로 내모는 것이다.

지옥에서 구출하는 동시에 평생 호구지책이 마련된다니 어느 부모가 마다하랴. 기러기 아빠를 탓해서는 안 된다. 그는 그의 가치관에 따라,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의 비상 수단을 택한 것일 뿐이다. 처자식과 떨어져 외로움에 눈물 짓는 그에게 사회까지 손가락질 함으로써 고통을 더해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천국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 곳이 천국이 아님을 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조기 유학은 도전이고 모험이다. 집단주의와 의리에 익숙한 어린 학생이 개인주의와 합리주의에 부닥칠 때 엄청난 가치관의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더듬거리는 영어는 한국의 교실에서 인기를 누리던 학생을 왕따로 만든다. 그러나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 곳을 향해 도전하는 것은 그 어떤 악조건도 한국의 ‘교육지옥’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는 잘못된 교육의 희생자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전성철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입력시간 : 2004-01-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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