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계를 매료시킨 '女우즈'

[People] 천재 소녀골퍼 미셸 위
세계 골프계를 매료시킨 '女우즈'

‘(박)세리 언니, (아니카) 소렌스탐 아줌마 시대는 끝났지. 이젠 (타이거) 우즈 오빠 정도라면 내 상대가 될까?’ 천재 소녀 골퍼 미셸 위(14ㆍ한국명 위성미)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 해부터 미국 골프계에 솔솔 불어온 미셸 위 바람이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태풍의 진원지는 지난 1월 19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 사상 최연소 여자 골퍼로 성대결에 나선 미셸 위는 대회 기간 내내 큰 화제를 뿌렸다.

불과 11세 때 하와이 지역 주니어 골프 대회 우승컵을 거머 쥐고 지난해엔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챔피언십 우승, LPGA 나비스코챔피언십 9위에 오르는 등 이미 천재성을 인정 받은 그였지만 이번 성대결에 대해서는 당초 비관적인 전망이 훨씬 우세했던 게 사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미셸 위는 자신이 왜 천재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듯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정상급 남자 골퍼들을 무색케 하는 괴력의 드라이버 샷과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로 ‘시기 상조’라는 눈길을 보낸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만든 것. 183cm의 장신과 긴 팔에서 나오는 특유의 완벽한 스윙에는 어니 엘스 등 당대 최고수들도 찬사를 보내기에 바쁠 정도였다.

기준 타수에 1타가 모자라 아쉽게도 컷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미셸 위가 소니 오픈에서 보여준 실력은 자신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손색이 없었다. 특히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도 해내지 못했던 PGA 사상 첫 여성골퍼 언더파 기록을 세운 것은 전미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 타이거 우즈 이후 가장 관심을 모으는 아마추어 골프선수”라고 평했고, USA투데이는 “ 소녀의 커다란 위업”이라며 미셸 위의 활약을 소개했다. 팬들의 관심이 폭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TV ESP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 미셸 위가 PGA 투어에 풀타임으로 출전해도 괜찮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셸 위와 관련된 물건들도 인기 상종가다. 그의 사진이 담긴 ‘ 선수 카드’가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최고 374달러(약45만원)라는 고가에 거래되는가 하면, 소니 오픈이 열린 골프장측에서 갤러리에게 한정 배포한 기념배지도 수집가들의 뜨거운 러브 콜을 받고 있는 형편.

이처럼 미셸 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각종 골프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들도 대회 흥행을 위해 앞 다퉈 그를 모셔 갈 태세다. 이미 PGA투어 부즈알렌 클래식에서는 미셸 위를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10년 뒤에는 당해 낼 선수가 없을 것”이라는 아니카 소렌스탐의 예견을 훌쩍 앞당겨 버린 14세 소녀 미셸 위. 과연 그의 놀라운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세계 골프팬들은 벌써 숨죽이기 시작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1-29 14:0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