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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현 회장에게 봄날은 오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을 맡을 수 없다니 말이 됩니까.”

1월30일 서울 명동 YWCA회관에서는 ‘현정은 회장을 지키기 위한 여성들의 모임’ 발족식이 열렸다. 강기원 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 이경숙 열린우리당 중앙위원과 정희경 전 국회의원 등 정ㆍ재계ㆍ시민단체를 대표하는 내로라는 여성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돕기 위한 여성모임을 결성, “이번 사태는 가부장적 사고 방식의 전형적인 산물로 여성 차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그룹을 둘러싼 ‘시숙부와 며느리’간의 경영권 분쟁이 남편과의 사별 후 강압적으로 상속권 포기를 종용 받은 가련한 며느리의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동정심을 넘어 성차별을 지탄하는 여성들의 투쟁 대상으로 떠오른 셈이다. 그래서 이 모임은 금융감독원에 현 회장의 경영권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서명인 명단과 청원서를 제출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되기’ 운동을 펼칠 계획까지 잡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같은 훌륭한 여성 경영인이 되고 싶다”고 속내를 피력하던 현 회장이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포스트 MH(정몽헌)’ 친정 체제를 구축한지 어언 100일을 넘겼다.사회적 관심과 여성의 지지를 업고 있는 그녀는 “3월의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신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물론 지분 5% 룰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KCC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분 처분명령이 내려지는 것을 전제로 한 낙관론이다. 또 삼촌과 제(형)수간의 싸움에 발을 담그길 꺼려 하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등 범 현대가 역시 중립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 위에서 도출한 결론이다.

지난해 말 실시된 무상증자 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은 현 회장측 총 우호지분 30.3%, 정 KCC 명예회장측 36.89%, 범 현대가 15.41%로 일단 정 명예회장이 우위에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태도다. 금감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월11일 문제의 KCC 지분 20.78%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리느냐다. 자칫 모호한 결정을 내리면 엎치락 뒤치락 하며 1년 여를 끌었던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또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가능한 한 3월 주총까지 사태가 질질 끌려가지 않도록 묘안을 찾았으면 한다. 대주주간의 경영권 다툼 속에 소액 주주의 피해만 커지고, 기업 역시 만신창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안팎의 이런 우려를 현 회장도, 정 명예회장도 살펴야 한다. 현대그룹의 재도약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2-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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