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변혁의 바람 일으킬 '젊은 피'

[People] 황영기 우리금융그룹 회장
금융권 변혁의 바람 일으킬 '젊은 피'

금융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황영기(52) 전 삼성증권 사장이 확정됐다. 50대 초반에 삼성의 핵심 금융사인 삼성증권 대표를 맡아 업계 1위로 키운 경영 능력이 신뢰를 주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은 3월 7일 서울 명동 우리금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금융 회장의 단독 후보로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을 만장일치로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면접 당시, 추천위 위원들에게 가장 ‘준비된 후보’로 기대감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황 내정자는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과 투자사업본부장,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등을 거친 삼성그룹내 대표적인 금융전문가. 삼성증권 사장을 맡으면서 ‘질적 성장’이라는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보험사와 증권사를 이끈 경력이 비은행 부문 강화라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전략과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황 전 사장의 선출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이다. 무엇보다 황 전 사장이 삼성 출신이라는 굴레는 그의 운신을 매끄럽지 못 하게 할 것 같다. 당초 추천위는 5일 오후 황 전 사장을 단독 후보를 발표하고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시기를 이틀 뒤로 늦추었다. 재경부, 금융산업노조와 참여연대가 황 전 사장이 재벌기업인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강력하게 반대하는 데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다른 후보를 미는 등 만만찮은 수위의 외풍 때문이었다.

실제로 황 내정자는 삼성그룹 내 입지가 탄탄한 편이어서, 그 지원 배경부터 관심이 쏠렸던 터다. 반대 세력은 우리은행은 삼성그룹의 주 채권 은행이라는 점, 삼성그룹이 현재 보험과 증권분야에서 시장점유율과 영향력면에서 가장 큰 파워를 내고 있는 상태라는 점 등을 들어, 삼성그룹이 은행산업에 대한 우회공략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오던 터다. 노조와 참여연대측은 “삼성그룹의 핵심 인사였던 황 사장이 우리금융 회장이 되는 것은 이해상충의 문제를 불러 오고, 나아가 산업 자본의 금융 지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명백히 했다.

여하튼 주사위는 던져졌다. 황 내정자는 26일로 예정된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추인되면 정식 취임과 함께 집무에 들어 간다. 그는 우리은행 행장직 겸임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피력한 상태. 과연 그의 발탁이 은행과 비은행의 부문의 시너지 창출을 불러올 지, 아니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유착을 초래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변혁의 바람은 이미 시작됐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3-10 21:1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