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정담(鼎談)으로 풀자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6일 야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초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1년도 안돼 대통령을 이렇게 흔들어 댄 야당과 국회가 있었던가. 총선이 다가오자 끝내 거야가 탄핵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문제삼는 게 대통령이 방송기자 클럽에서 패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말한 내용이다. 탄핵 뜻을 알고 하는 것인가.”그는 노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할 계획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는 헌법학계의 원로가 된 명지대 김철수 석좌교수는 이에 대해 동아일보(3월3일자) 기고문에서 결론 내렸다. “청와대는 야당이 탄핵소추를 한다고 신경과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는 탄핵소추를 할 수 있을 뿐이며, 탄핵결정은 헌법재판소에서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야당이 탄핵소추를 강행하면 일시 직권 행사를 정지하고 내각으로 하여금 공정한 선거를 집행하게 하면 된다. 헌법 재판소에서 탄핵이 부결될 경우 대통령은 다시 권한행사를 하면 된다. 각 국가기관과 정당들이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탈출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김 교수의 ‘지혜’는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의 임종석의원은 서프라이즈 닷컴에 “절망과 부끄러움의 귀퉁이에 서서”라는 심경으로 ‘토(討) 정치 구악 격문’을 ‘눈폭탄’이 내린 3월 6일 올렸다. “누가 누구를 탄핵한단 말인가? 정작 국민으로부터 탄핵받고 역사의 한복판에서 퇴장해야 할 그들이 대체 누구에게 탄핵의 썩은 몽둥이를 휘두른다 말인가? 지금 임기를 채 두 달 남겨둔 16대 국회는 제 몫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만일 탄핵소동까지 벌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끝없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며,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국가 신인도를 악화시키려 한다면 그것만은 결코 용납 할 수 없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막아 낼 것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16대 국회는 그만 해산 했으면 한다. 자체 해산을 결의하지 못한다면, 국민에 의해 강제로라도 국회 문을 닫아 걸었으면 한다.”

그는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정당해산 심판에 대한 법률’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요구한다고 요청했다. ‘정당 해산 심판’은 어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이 정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날 경우 그 정당을 해산할 것인지 여부를 심판하는 제도다. 임 의원의 이런 격문은 ‘지혜’에 속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조선일보는 창간 84주면 사설에서 ‘포위된 독립언론과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래 어떤 언론을 회견 상대로 골랐는가를 보면 권력이 기피하는 언론과 총애하는 언론의 지도를 당장 그려 낼 수 있다. 비판적 독립언론의 존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력의 독립언론을 상대로 한 또 하나의 공격수단은 기사와 논평에 대해 무차별한 법적 소송을 제기하고, 코드 맞는 신문, 공영을 표방한 정권방송, 정부의 직ㆍ간접 보조를 받으면서 시민단체로 위장한 외곽단체를 동원해 독립언론을 포위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겨냥해 내보내고 있는 공격 프로그램, 두 신문사 사옥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확성기 데모와 시위, 야비하고 저급한 언어를 버무린 인터넷 군중(群衆)들의 돌팔매,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신문구독 거부 캠페인은 이들의 집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 사설도 호소나 비난이지 ‘지혜’가 깃들어 있지 않다.

엉뚱한 ‘지혜’일지, 또 망상일지 모르지만 방송 패널 질문에서 시작된 ‘탄핵’이란 눈폭탄은 이제 신문에서 사라진 정담(鼎談)으로 녹였으면 한다. “셋이란 숫자는 공간(3차원)과 시간(과거, 현재, 미래)과 행위(시작, 중간, 끝)와 가족(아버지, 어머니, 자식)과 논리(정, 반, 합)와 개인사(태어남, 삶, 죽음)와 세계사(창조, 세계, 종말)의 구조를 이루는 숫자이기 때문이다.(한국일보 고종석의 3일자 ‘오늘’에서)

이병완 홍보수석은 기획해보기 바란다. 정담자는 노 대통령,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인 소설가 이문열씨, 그리고 강준만 교수다. 정담 시기는 총선 후인 음력 3월 3일(4월 21일) 삼짇날이 좋겠다. 정담자가 노 대통령, 이문열, 강준만 이 세 사람이 된 이유는 다음 호 칼럼에서 밝히겠다.

입력시간 : 2004-03-1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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