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대만의 혼란이 의미하는 것


'아름다운 섬’ 포모사(Fomosaㆍ타이완 섬의 옛 애칭)가 국론 분열과 혼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3월20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 후보 천수이볜(陳水扁ㆍ53) 총통이 야당 연맹 후보 롄잔(連戰ㆍ67)을 수만표 차로 누르고 재선 고지에 오르면서 포모사의 내홍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대만의 주체성(독립)을 주장한 민진당과 양안(兩岸)관계 개선 등을 통해 대만 해협의 안정과 경제난 해소를 주장한 국민ㆍ친민 야당연맹의 대립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해왔다. 결과적으로 표차가 수만표에 그치자 야당연맹은 당선무효 소송에다 대대적인 불복운동을 전개하면서 대만 전체가 극심한 대립과 분열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선거 전날 타이난 유세 중 발생한 천 총통 저격 사건의 자작극 의혹은 여야 정당 및 지지자간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확산시켰다. 일부에선 민진당 지지 지역인 남부와 국민ㆍ친민당 지지권인 북부 지역간 분열이 계속되면 ‘남북 분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타이완 선거의 주요쟁점 중 국제적 관심사는 양안(兩岸)관계에 관한 두 후보의 대립이었다. 그간 국민 지지율에서 국민당 롄 후보에 뒤져온 천 총통은 대만 독립노선을 표방함으로써 중국의 반발은 물론 방위 협력 관계에 있는 미국의 우려를 자아냈다.

천 총통이 선거 막판 총상에 인한 동정표 등으로 박빙의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그가 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친 두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대만을 겨냥한 중국 미사일 500기의 철수를 요구하는 국방강화안과 대등한 양안관계를 설정하려는 ‘대등 담판안’이다. 대중(對中) 관계에 있어 대만 국민 다수가 성급한 독립추구 등 양안관계의 급변보다는 정치적 현상 유지와 경제협력 강화를 주장한 롄잔의 노선을 지지한 셈이다.

대만의 혼란은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워낙 첨예한 쟁점을 득표 전략으로 내세워 국론분열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올인’ 선거전략이 초래한 후 폭풍이나 다름없다. 선거가 사회 및 역사발전에 기여하려면 정치의 축제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국론분열만 가중시켰으니….

대만의 이번 총통 선거는 표 앞에서 쉽게 자기 절제를 잃어버리는 우리 정치판에 던지는 교훈도 적지 않은 듯 싶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4-03-23 20:11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