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노무현과 강준만


노무현 대통령과 소설과 이문열, 전북대 언론학과 강준만 교수와의 정담 제의(‘어제와 오늘’ 3월 11일자)는 깨어지고 말았다. 그 때 우려했듯이 망상이 됐다. 세 사람의 정담을 통해 탄핵정국의 시간(과거, 현재, 미래)과 논리(정, 반 합)를 찾으려던 생각을 정담의 한 다리인 강 교수가 3월 15일에 그가 쓰는 한국일보 ‘쓴소리’ 칼럼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께’라고 시작한 편지 형식의 칼럼에서 서글픈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님, 지금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대화 불능의 상태입니다. 도무지 저 같은 중간파가 설 땅이 없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어떠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러한 극단적 분열주의에 대해 과거 대통령님을 열렬히 지지하는 책들을 썼던 사람으로서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탄핵안 가결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분노하고 개탄하는 사람입니다만, 열린우리당의 비판 내용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며 그 이유로 ▦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저주를 이용해 과거의 민주화 동지에 대한 사실상의 인격 살인 ▦ 영ㆍ호남 지역주의 양비론을 꼽았다.

강준만 교수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어제와 오늘’칼럼에는 네 번이나 그가 올라 있다. 2002년5월9일 칼럼에서 잡지 ‘인물과 사상’의 발행인이며 ‘김대중 신드롬’이란 용어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대중 신드롬’을 “외부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권력을 잡은 뒤에 일종의 특권의식과 더불어 독선과 오만에 빠져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게 되는 병리 현상”으로 정의했다.

두 번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창 때인 2002년 8월 23일자 ‘국민사기극과 자존심’이란 칼럼에서 그는 자세하게 분석됐다. “적어도 그는 DJ에겐 3전4기의 신화의 촛불을 켜가게 한 언론학자다. 그는 적어도 ‘전라도 대통령은 어림없어’라는 징크스를 펜으로 부순 용기있는 돈키호테다.”

그는 1995년에 낸 ‘김대중 죽이기’에서부터 문명(文名)을 얻었다. 1995년 1월말 런던에서 귀국하던 DJ에게 주류 언론(후에 수구언론으로 표현)이 ‘정계에 복귀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왜 DJ는 대통령에 다시 나갈 수 없느냐’는 직언을 쏟아 냈다.” 그는 2002년 4월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인질로 잡힌 한국인은 개혁을 원치 않는다’를 냈다. 이어 5월에는 ‘노무현과 자존심 -2002 대선을 향한 강준만의 제언’을 냈다.

그는 ‘국민 사기극’에서 “‘튀는 정치인’보다 체제에 순응하는 정치문화는 국민이 수구세력과 수구언론의 인질로 잡혀 있기에 일어난다. 우리의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는 정치문화를 갱생하기 위해서라도 노 후보가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자존심’은 노 후보 돕기에 그가 나섰음을 명백히 했다. “네티즌과 노사모 등은 국민 사기극 속에서도 성장한 20~40대와 지식인들의 미래를 향한 의지가 만들어낸 생산물이다. 동원조직이 아닌 자원조직이며 하향외곽 조직이 아닌 상향적 시민조직이요, 명망가 중심의 캠프가 아닌 다수 익명의 자원 조직이다. 우리 나라 정당의 미래상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햇다.

세 번째로 ‘어제와 오늘’에 등장한 것이 작년 12월 19일 ‘리멤버(Remamber) 1219’행사를 보고 그는 노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까를 분석해 본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사이에 네 권의 책을 냈다. 작년 7월에 ‘노무현 죽이기’, 8월에 ‘노무현 살리기’, 민주당 분당이 이뤄지자 11월에 ‘오버하는 한국사회’, 당선 1주년 직전 12월 13일에 ‘노무현은 배신자인가’를 냈다.

그는 ‘노무현은 배신자인가’에서 분석하고 있다. “나는 배신을 ‘의도’와 ‘결과’로 나누어 볼 걸 제안한 바 있다. 나는 노무현의 선한 의도와 우국충정을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노무현은 배신자가 아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즉, 노무현에게는 배신의 의도가 없었을 망정 결과적으로 배신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노무현이 이걸 깨닫지 못하는 건 그의 선한 의도와 우국충정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그가 ‘죽이기’, ‘살리기’, ‘오버’에서 느꼈던 노무현은 결국 배신자는 아닌 것으로 집약된다.

그의 ‘쓴소리’ 마지막 칼럼에서도 노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우호적이다. “증오와 원한을 만들지 마십시오. 더디 가더라도 화해와 타협을 해 가면서 우리는 옳은 길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열렬한 지지자들에게도 사랑과 관용을 호소해 주십시오”箚?끝맺었다. 그는 “과거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책을 썼던 사람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자성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당분간 쉬자고 생각했다”고 한국일보에 전했다. 노 대통령은 그의 책들을 다시 읽고 ‘쓴소리’를 다시 쓰도록 권유할 책임이 있다.

입력시간 : 2004-03-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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