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美 LPGA 메이저대회 첫 우승

[People] 코리언 퍼레이드의 퀸은 '아마조네스'
박지은, 美 LPGA 메이저대회 첫 우승

18번 홀(파 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1.8m에 떨궈 만든 버디 기회. 찬스를 놓치면 연장전으로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었다. LPGA투어 5년차로 항상 자신만만했던 박지은(25)이었지만 얼굴에 긴장감이 배였다. 난생 처음 맞는 메이저대회 챔피언 퍼트가 부담스러웠던지 두 차례나 어드레스를 풀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퍼팅. 볼은 하얀 잔영을 남기며 홀컵에 뚝 떨어졌다.

‘버디 퀸’ 박지은이 3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 6,460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160만 달러)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4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기록도 좋은 편이다. 우승 상금은 24만 달러.

“실감이 나지 않아요. 당분간 이 기쁜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요. 어제 팬들에게 한 우승 약속을 지키게 돼 너무 기뻐요.” 박지은은 버디 샷을 성공한 후 18번 홀 옆 연못에 캐디인 데이비드 부커와 함께 뛰어들어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꼭 우승해 연못에 뛰어드는 멋진 세리머니를 펼쳐 보이겠다”는 전날의 약속을 몸을 던져(?) 지킨 셈이다.

시즌 첫 우승과 함께 개인통산 5승을 올린 박지은은 박세리(27)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 보유자가 됐다. 또 상금랭킹 1위와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로 올라서는 보너스까지 챙겼다.

LPGA무대에서 코리언 우먼파워의 돌풍은 시즌 초부터 거세다. 10대 ‘슈퍼루키’ 송아리(18)와 위성미(15ㆍ미셸 위)가 박지은에 이어 2위와 4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선수가 메이저대회 1, 2위를 휩쓴 것은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박세리와 김미현(27)이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두 번째다. 김미현도 5언더파 283타로 7위에 올랐고 박지은, 송아리와 함께 우승 각축을 벌였던 이정연(25)은 4언더파 284타로 김초롱(20ㆍ크리스티나 김)과 공동8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위권내에 무려 6명이 이름을 올리는 ‘코리언 퍼레이드’ 다.

박지은의 시즌 첫 우승으로 그녀의 부친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삼원가든도 덩달아 바빠졌다. “박지은이 우승하면 갈비 먹으러 강남 가야 한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곳이다. 이번에는 삼원가든은 박지은 우승 기념으로 29, 30일 이틀간 음식값을 절반만 받았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4-03-30 19:37


장학만 기자 local@hk.co.kr